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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은 범행 시점도 우발적 살인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건 당일) 이웃 주민의 진술 내용을 보면 피해자 집에서 오후 6시 30분쯤 비명이 들렸다고 하는데 피고인이 오후 5시 35분쯤 범행 현장에 침입한 후 한 시간 동안 살해하지 않다가 피해자(여동생)가 반항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심리분석 결과도 우발적 살인의 근거로 들었다. 변호인은 “심리분석 결과, 피해자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자 사전에 계획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거짓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며 “범행 후 자살을 시도하고 도주하지 않은 점도 ‘자살을 의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날 범행 증거 중 하나로 공개한 김태현에 대한 통합 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김태현은 처음부터 가족들을 모두 살해할 계획은 아니더라도 가족들이 범행을 방해할 경우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의견이 담겼다.
애초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거주지로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된 후 진행된 피의자 신문에서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고 말을 바꾼 것. 이에 대해 김태현은 검찰 조사에서 “병원 퇴원 후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다 보니 빨리 끝내고 싶어 경찰의 질문에 ‘네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범행 장소를 피해자들의 주거지로 선택한 이유로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늦은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전에 집에 들어가 범행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그 과정에서 가족을 죽이지 않고 A씨를 죽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김태현은 “집에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그때는 그 정도로 배신감과 상처가 컸으며,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지고 화가 커져 범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김태현이 주장한 우발적 살인 이후에 추가적인 범행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벗어날 수 없고 잡힐 것이란 생각 들어서 계속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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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 평가 결과도 공개됐다. 김태현의 변호인은 “김태현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점수는 17점으로 재범의 위험성은 중간 정도라는 결과도 있다”고 언급했다. 사이코패스 평가(PCL-R)는 최대 40점으로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또 김태현은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자기 과시성 성향, 편집증적 집착이 주된 특성으로 드러났고 범죄행위로 보복심리, 강한 통제감, 불안정한 대인관계 양상, 반사회적 성향도 확인됐다.
한편, 김태현은 첫 재판 이후에도 재판부에 지난 11일과 24일 각각 반성문을 제출했다. 앞서 김태현은 4월 27일 검찰에 구속기소된 뒤 지난달 11일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18일에는 두 차례, 25일 한 차례 등 총 4회에 걸쳐 반성문을 써냈다. 이에 피해자 유족을 비롯한 진정인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5일까지 김태현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엄벌탄원서와 진정서도 24차례 제출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며, 김태현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