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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거래 가치가 줄어든 가운데 거래 건수는 소폭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유럽 카브아웃 거래 건수는 전체 PE 거래의 9.8%를 차지, 8.7%를 기록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는 사모펀드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도 유럽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사실 지난해 유럽에서의 인수·합병(M&A) 주요 키워드는 카브아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사업부를 과감히 매각했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온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산을 품기 위해 관련 거래에 적극 참여해왔다. 카브아웃 거래가 유럽 사모펀드 거래의 5분의 1을 차지한 주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빅딜도 탄생했다. KKR 컨소시엄은 지난해 이탈리아 국영 통신사 넷코를 220억유로에 인수했는데, 해당 거래는 유럽 역사상 사모펀드가 주도한 최대 규모의 카브아웃 거래로 손꼽힌다. 특히 유럽 주요국의 정부가 한때 운영하던 국영 통신사가 민간 투자자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올해는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 내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을 꺼리는 사모펀드운용사들이 늘어났고, 결국 거래를 미루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인수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반면,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거래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쉽게 말해 카브아웃 거래를 기존과 같은 규모 및 속도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지 자본시장에선 올해 하반기에도 유럽 카브아웃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유럽 일부 국가 내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모펀드운용사들이 신중한 투자 기조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