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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2월 5일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아이디어를) 얘기할 때만 해도 저 (윤석열) 대통령 좋아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그 (정치인 등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홍 전 차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군복무를 하다 1992년 국정원에 들어온 후 30년 동안 블랙요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예를 들어 (안규백 국조특위) 위원장이 집에 가서 편안하게 가족들하고 저녁 식사하고 TV를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서 수갑을 채우고 벙커에 갖다 넣었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며 “그런 게 매일 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평양이다.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은 북한 보위부”라고 지적했다.
◇“尹 전화 지시, 길가다 급발진 차에 치인 기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던 기분을 비유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수년 간 국정원 근무를 하면서 대통령을 직접 뵙고 보고드린 적은 있어도 전화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그냥 길가다 급발진 차에 치이거나, 지나가다 떨어지는 돌에 맞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자신의 경질사유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들었던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야당 대표를 만나보라고 해 경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이후 상황이 엄중해지며 통상 1주일에 한두 번 하던 정무직회의를 매일 아침마다 티타임으로 하게 됐다”며 “저는 아침마다 9시에 원장님과 티타임을 하면서 업무 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원장님께 어떤 아이디어를 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발생했던 것은 5일 오후였다. 홍 전 차장은 “당시 오전에 야당 대표가 ‘비상계엄에 군을 동원해 오히려 북한의 군사위협도 가중되는 면이 있다’고 발표를 하시면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정치중립의무 위반 경질 발표, 사법적 매장시키겠단 것”
이어 “그냥 원장님께서 야당에다가 ‘북한 관련해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국정원이 잘 관리하고 있다’, ‘해외 동맹과도 잘 소통하고 있고 국내 사회질서도 나름대로 잘 관리하고 있으니 국정원이 앞으로 비상계엄 이후 여러 국면을 잘 감당하겠다’ 이런 전화 한번 하는 게 어떻겠냐고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건의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아마 원장님께서도 12월 6일 ‘홍장원이가 대통령 말을 안 들어서 경질한다’는 말씀을 하실 수는 없으셨을 것”이라면서도 조 원장이 경질 이유로 주장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자신이 겪은 고초를 털어놓기도 했다. 국정원법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원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12월 6일 12시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홍 차장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경질했다’고 발표한 부분은 저에게 죽으라는 것이었다. 사법적으로 매장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말로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뒤 시민단체가 저를 고발했고, 윤 대통령 탄핵(국회 표결)이 기각되고 다음 날인 12월 8일 검찰로부터 ‘정치중립 의무 위반 피의자로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