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팜유 수출중단에..라면·과자·치킨 가격 '꿈틀'

김범준 기자I 2022.04.25 16:49:35

러시아-우크라戰 여파에 印尼 팜유 수출 '비상'
2020년부터 식용유 가격 상승세 더 부추길 듯
팜유 원료 쓰는 치킨·라면·과자·화장품·세제 등
1년새 값 10%가량 올랐는데..더 오를까 '한숨'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른바 ‘팜유 대란’으로 라면·과자·빵·치킨 등 서민 음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계속되는 전방위적 먹거리 가격 오름세에 원·부재료인 기름 수급 부족이 ‘기름을 붓는 꼴’이 되면서다. 팜유는 화장품과 세제 원료로도 쓰이는 만큼 먹거리 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까지 추가 연쇄 물가 인상 압력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팜유 가격은 이미 연초 대비 약 33.2%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전격 금지’ 발표 직후 미국 시카고 거래소의 콩기름 가격은 1파운드당 83.21센트(약 1030원)로 직전 거래일 대비 4.5% 올랐고 올 초 대비로는 50% 가까이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곳에서 주로 생산하는 해바라기씨유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국제 유지류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업체들이 값을 더 쳐주는 수출에 집중하느라 내수 공급 물량을 줄이면서 자국 내 팜유 가격이 급등하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결국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물가 안정 차원에서 팜유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월드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8년 연간 약 4057만t의 팜유를 생산했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다. 생산량이 압도적인 만큼 개별 국가들의 수입 의존량도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팜유는 지난해 기준 56.4%가 인도네시아산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용유 가격은 이미 1년 사이 최고 84% 올랐다. 업소용 콩기름 가격은 지난해 초 1통(18ℓ) 기준 평균 2만2000원에서 현재 5만원을 호가한다. 1년 새 2배 이상 값이 오른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 1분기 식용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6% 오르며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중 가격 상승률 상위 5개 품목에 들었다. 여기에 팜유 수입량이 줄게 되면 유지류 수급난이 거세지며 가격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 코로나19와 이상 기후 여파에 따른 국제 밀과 대두, 유지류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을 이유로 출고가를 올려왔다. 특히 팜유 가격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약 82% 급등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의 경우 지난해 7~8월 국내외 판매 가격이 업계 주요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평균으로 약 8% 올랐다. 오뚜기가 지난해 국내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면서 13여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자 농심은 ‘신라면’ 등 국내 라면과 북미지역 라면 가격을 각각 평균 6.8%와 5%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국내외 평균적으로 6.7% 올렸다.

제과업계에서도 최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자(스낵류) 시장에서는 농심이 약 3년 4개월 만인 지난 3월부터 스낵 과자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9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이달 ‘빼빼로’ 등 과자 가격을 평균 16.7%가량 올렸다. 해태제과도 다음달부터 8개 과자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가격을 9년째 동결하고 있지만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빵(베이커리류) 가격도 오르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총 756개 품목 중 66개 품목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지난해 2월 95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1년 만에 가격 조정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1월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9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골목 동네 빵집의 경우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품목별 10~15%가량 판매가를 올린 곳도 많다.

‘국민 간식’ 치킨 역시 최근 가격이 한차례 올랐지만 이 같은 상황이라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교촌치킨과 bhc가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린데 이어 BBQ도 약 3년6개월만인 다음달부터 치킨 판매 가격을 2000원 올리며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국내 치킨업계 주요 3사 기준 평균 약 11% 수준 인상률이다. 배달비 등을 포함하면 치킨값은 이미 2만원 초중반대까지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식용유는 2020년 1분기부터 꾸준히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상위 10개 제품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더해지고 있다”면서 “식용유와 밀가루는 기초식품으로 소비자의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에서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 자금 추가 금리를 인하하는 등 단기적 대책뿐 아니라 식량자급률을 높여 해외 원료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가격 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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