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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곳에서 주로 생산하는 해바라기씨유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국제 유지류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업체들이 값을 더 쳐주는 수출에 집중하느라 내수 공급 물량을 줄이면서 자국 내 팜유 가격이 급등하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결국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물가 안정 차원에서 팜유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월드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8년 연간 약 4057만t의 팜유를 생산했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다. 생산량이 압도적인 만큼 개별 국가들의 수입 의존량도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팜유는 지난해 기준 56.4%가 인도네시아산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용유 가격은 이미 1년 사이 최고 84% 올랐다. 업소용 콩기름 가격은 지난해 초 1통(18ℓ) 기준 평균 2만2000원에서 현재 5만원을 호가한다. 1년 새 2배 이상 값이 오른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 1분기 식용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6% 오르며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중 가격 상승률 상위 5개 품목에 들었다. 여기에 팜유 수입량이 줄게 되면 유지류 수급난이 거세지며 가격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 코로나19와 이상 기후 여파에 따른 국제 밀과 대두, 유지류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을 이유로 출고가를 올려왔다. 특히 팜유 가격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약 82% 급등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의 경우 지난해 7~8월 국내외 판매 가격이 업계 주요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평균으로 약 8% 올랐다. 오뚜기가 지난해 국내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면서 13여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자 농심은 ‘신라면’ 등 국내 라면과 북미지역 라면 가격을 각각 평균 6.8%와 5%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국내외 평균적으로 6.7% 올렸다.
제과업계에서도 최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자(스낵류) 시장에서는 농심이 약 3년 4개월 만인 지난 3월부터 스낵 과자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9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이달 ‘빼빼로’ 등 과자 가격을 평균 16.7%가량 올렸다. 해태제과도 다음달부터 8개 과자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가격을 9년째 동결하고 있지만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빵(베이커리류) 가격도 오르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총 756개 품목 중 66개 품목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지난해 2월 95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1년 만에 가격 조정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1월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9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골목 동네 빵집의 경우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품목별 10~15%가량 판매가를 올린 곳도 많다.
‘국민 간식’ 치킨 역시 최근 가격이 한차례 올랐지만 이 같은 상황이라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교촌치킨과 bhc가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린데 이어 BBQ도 약 3년6개월만인 다음달부터 치킨 판매 가격을 2000원 올리며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국내 치킨업계 주요 3사 기준 평균 약 11% 수준 인상률이다. 배달비 등을 포함하면 치킨값은 이미 2만원 초중반대까지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식용유는 2020년 1분기부터 꾸준히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상위 10개 제품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더해지고 있다”면서 “식용유와 밀가루는 기초식품으로 소비자의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에서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 자금 추가 금리를 인하하는 등 단기적 대책뿐 아니라 식량자급률을 높여 해외 원료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가격 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