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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규모는? 文vs安·李 간 입장 차도
김 전 대표의 탈당은 흥행을 이어가던 민주당 경선 과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은 분명하다. 비문 진영이나 개헌파가 뭉칠 수 있는 촉매제로 작동하면서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하는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 스스로 어렵게 영입한 인사로 총선 승리를 이끈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당을 떠난다면 문 전 대표에게 흠집이 될 수밖에 없다. 진영 의원이나 이언주 의원, 최명길 의원 등 김종인 계로 분류되는 측근들의 동반 탈당 규모도 당내 내홍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탈당 규모가 적어도 3~4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소식을 대하는 민주당 내 유력 대선 주자간 입장도 미묘하게 달랐다. 문 전 대표는 갑작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안타깝다”는 반응에 그쳤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탈당을 적극 만류했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가 탈당 후 어떤 선택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정신 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나가겠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만남을 갖고 만류할 생각이 없냐는 지적에는 “여러 분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김 전 대표에게는 물론, 당 지도부에게도 거듭 탈당을 만류하고 있는 안 지사 측이나 이 시장 측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러브콜’
김 전 대표의 탈당설에 한동안 김 전 대표와 접촉해오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까지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가장 발빠르게 나선 것은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주승용 원내대표가 “우리당과는 정체성이나 모든 면에서 당이 해왔던 스탠스와 같기 때문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김 전 대표는 탈당설이 알려진 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1시간 가량 조찬 회동을 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김 전 대표와 여러차례 만남을 가졌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역시 “김 대표가 탈당하는 이유는 친문 패권 세력에 대한 실망과 개헌에 대한 중요도 때문”이라며 “우리와 공통적인 고민이라 같이 논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김 전 대표와 사적으로 접촉이 있었다”면서 물밑 접촉 사실을 밝혔다.
일단 김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며 “어느 당으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이후 행보는 헌법 재판소의 탄핵 심판 인용 및 기각 시점 이후에나 가시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탄핵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현재의 정국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개헌을 매개로한 제3지대의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도 개헌특위에서 마련 중인 개헌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일부에서 대선 이후 개헌으로 반대하고 있을 뿐, 여타 정당들은 발빠른 개헌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개헌에 앞장서온 김 전 대표가 다른 정치세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민주당 내 동반 탈당자들을 비롯, 비문세력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빅텐트’를 치게될 가능성이 높다. 제3지대 ‘빅텐트’가 이뤄진다면 민주당 밖에서 대선 판을 흔들 수 있는 역할도 가능하다. 대선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를 향해 개헌 관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개헌vs호헌’ 구도로 판을 새롭게 짤 수 있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