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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들이 포도나무를 뽑는 건 와인이 팔리지 않아서다. 일상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인구 비중은 1960년 50%에 육박했다가 2018년 10% 미만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은 인플레이션과 관세로 재고도 쌓였다.
여기에 이상기후까지 겹쳤다. 프랑스 농업부는 올해 와인 생산량이 7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르고뉴에서 최고 등급인 그랑크뤼 포도밭을 가장 많이 보유한 메종 루이 라투르의 플로랑 라투르 최고경영자(CEO)는 “비가 조금만 더 왔으면 품질과 수확량 모두 훌륭했을 것”이라며 “품질에 만족해야 했고, 수확량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장마리 카르드바 인섹 그랑제콜 와인·증류주 석좌교수는 “2023년산은 괜찮았지만 2020년대 들어 수확량은 처참한 수준”이라며 “이제 프랑스 어느 지역도 폭염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기후가 온화했던 루아르 계곡과 샹파뉴 지역의 피해가 되레 가장 컸고, 남부 보르도와 랑그도크루시용은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늘었다고 CNBC는 부연했다. 폭염 피해가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올여름 말 피해 농가와 와인 생산자를 위해 10억유로(약 1조5951억원) 이상의 긴급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감산에 그치지 않고 아예 문을 닫는 곳도 급증했다. 카르드바 교수에 따르면 와인업계 파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배로 늘었다. 그는 “곳간은 이미 비었다”며 “이상기후가 심해질수록 투자 여력은 줄어드는데, 오히려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도 파산 측면에서 똑같이 파국적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대응을 위한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재편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르드바 교수는 지난 25년간 와이너리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짚었다. 라투르 CEO도 “인력과 장비,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하려면 일정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와인 강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카르드바 교수는 “12~15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를 제치고 1위였는데, 올해 수확으로 3위로 밀려날 수 있다”며 “이는 프랑스와 관련 기업들에 막대한 잠재 수입 손실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이미 관개망을 갖춰 폭염에 더 잘 대비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관개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보르도 포므롤의 샤토 라플뢰르는 지난해 관개 제한과 재배 밀도, 허용 품종 등을 정한 원산지 통제 명칭(AOC) 규정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AOC 등급을 스스로 반납했다.
수확 시기도 빨라져 운영 부담이 커졌다. 라투르 CEO는 “올해는 8월 14일에 수확을 시작해 역대 가장 빨랐다”며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여서 언제든 즉시 인력을 포도밭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마다 수확 시기가 3일씩 앞당겨지면서 1930년대 이후 한 달이 당겨졌다.
업계는 활로를 찾고 있다. 카르드바 교수는 캔 와인 같은 즉석음료(RTD) 등 새 제품과 남미·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을 대안으로 꼽았다. 라투르 CEO도 “좋은 와인을 가격 면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품질이 뒷받침되고 소비자가 이를 알아볼 수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