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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우크라 발판 삼아 희토류 강국 또 꿈꾸나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 전러시아TV·라디오방송사(VGTRK)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희토류 매장량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 중 하나”라면서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희토류 금속 산업의 모든 외국 파트너와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보유한 알루미늄을 두고 미국과 공동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와 노보로시야(신러시아·흑해와 크림반도 북쪽 지역) 지역을 포함한 희토류 생산 프로젝트에 미국과 다른 외국 파트너에게 참여할 것을 제안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전쟁 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이 지정한 핵심 광물 34개 가운데 22개의 주요 산지다. 희토류·리튬·우라늄·티타늄·망간 등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 2023년 기준 우크라이나 광물 생산량은 전 세계 24위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광물 전쟁’으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은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양이 매장됐으나 채굴되지 않은 광물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지질 조사국은 리튬 매장량을 세계 매장량의 1%, 유럽 매장량의 3분의 1 수준인 약 50만 톤(t)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의 가치가 2조(약 2800조원)~7조 달러(약 1경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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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이르면 이번주 미국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 아래 나왔다. 러시아를 비롯해 새롭게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등에서 희토류 개발에 박차를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달 발표한 ‘2024 광물 상품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희토류 매장량에서 러시아는 중국, 브라질, 인도, 호주 다음으로 세계 5위이지만 생산량은 세계 8위에 그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반도체 등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에 대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자원 기반이나 지금까지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짚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광물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 혹은 우크라이나 동두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지정학 위기분석기업인 세크데브(SecDev)는 지난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에너지 및 광물 매장량 가치가 12조 4000억달러(약 1경 770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당시 해당 기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석탄 매장량의 63%, 석유 11%, 희토류 및 리튬의 33%를 점유했다고 평가했다.
◇ 美주도에 러 규탄 없는 안보리 결의 채택도
희토류는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다량이 매장돼 있지만 광석 내 희토류 함유량에 따른 경제성이나 희토류 추출 시 발생되는 공해 물질 등으로 생산은 제한적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독과점을 막고자 미국 등이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지만 여전히 중국이 70%에 가까운 생산량을 자랑한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 희토류 생산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계획은 무너졌다. 희토류 개발은 정제시설을 비롯해 도로와 전기 등 인프라 건설을 요구하는 자본 집약도가 높은 프로젝트로, 전쟁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자금이 동나 프로젝트는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주도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종전을 위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동맹국인 유럽을 배제하고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채택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결의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최초 결의이나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신속한 전쟁 종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으로, 러시아를 의식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최종 가결 처리됐으나 반대 0표, 기권 5표로, 유럽 국가들이 기권으로 에둘러 반발의 뜻을 내비쳤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종전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각각 강조하는 등 전쟁의 원인과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입장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