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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또다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28일(현지시간)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최근 물가 지표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에리언은 “우리가 겪는 불황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발생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할 경우 급히 긴축 모드로 들어가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에리언은 “나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매일 보고 있다”며 “연준이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뒤쳐지고 있고 추후 이를 급히 따라잡아야 할 지 모른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물가 지표는 연일 치솟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4% 뛰었다. 1992년 4월 이후 29년여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이다.
PCE 가격지수가 주목 받는 건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 지표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경제 전망을 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아닌 PCE 전망치를 내놓는다.
에리언은 다만 연준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금융시장에는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건 심각하게 의심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연준이 그렇게 믿는 한 이것은 시장에는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달리 연일 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7분 현재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6% 상승한 1만4440.87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사상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