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제안한 ‘설난영-김혜경 대선 후보 배우자 TV토론회’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즉흥적이고 대책 없으며, 신성한 주권 행사 장을 장난치듯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며 거절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아무 말 대잔치”라며 “앞에 있었으면 엄청 혼냈을 것”이라고 김 비대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이 다소 거칠고 의도가 엿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논점은 분명하다. 이제는 대통령을 선출할 때 ‘가장 가까운 참모’인 영부인에 대한 검증 역시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가장 밀접하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공적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실제 김혜경 여사도 2022년 대선을 앞둔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배우자는 무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토론회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검증 절차가 존재한다면 당사자 스스로가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公人)’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김혜경 여사는 경기도 법인카드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부인 등에게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건희 여사와 마찬가지로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작지 않다.
아울러 배우자 검증 제도가 정립된다면, 이후 체계적인 영부인 관리 시스템 마련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슬림화한다는 명목으로 영부인의 공적 활동을 지원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수많은 구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책무, 보좌 인력 등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고위공직자 승진 심사를 받은 한 공직자는 “현대사의 모든 논란이 고위공직자 인사 서류에 들어 있다”며 웃었다.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에 이어 최근에는 자녀의 학교폭력 이력까지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대통령 배우자만은 여전히 검증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제2의 김건희 사태를 또 봐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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