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이달 3일 밤 원·달러 환율이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446.5원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자재·중간재 수입가 상승 등으로 수출 경쟁력 악화에 직면했다. 또 자녀를 미국 등 해외에 유학 보낸 학부모도 고환율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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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과 석유화학 등 환율 변동에 취약한 주요 수출기업들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고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며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연초에 세운 올해 사업계획에선 원·달러 환율을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예상, 140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국내 제조업 원가는 3.68% 상승한다. 이 때문에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체 등도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고환율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로 해외로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등 학부모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학 관련 카페에선 환율 관련 상담과 고민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새해 해외 유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고환율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환전 수수료가 낮은 해외 송금 상품 등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상당기간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낙원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환율은 지난 3~4일 밤새 역외NDF가 장중 1442원까지 갔지만 당국의 RP매입 등 외화유동성 공급 조치 발표 등으로 장중 1410원대 중반에서 막히는 모습이다”며 “계엄령의 단기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1400원 안착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야당이 탄핵소추안 내고 표결하고 여당은 반대하면서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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