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른다" 기러기아빠 킹달러에 비명…비상계엄發 고환율 공포

양희동 기자I 2024.12.05 18:32:15

비상계엄 사태로 1446.5원 치솟는 등 1400원대 지속
불과 3개월새 1310원서 1410원대로 지속 상승
수출기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새해 불확실성 커져
해외 유학생 1만달러 환차손 석달새 100만원 달해

[이데일리 양희동 김나경 기자] 국내 한 기업의 미국 주재원인 김 모 씨는 최근 고환율에 울상이다. 주거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하던 식료품 가격도 많이 올라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졌는데 한국 마이너스 통장에서 생활비를 송금받아 근근이 생활하던 상황에 환율까지 올라 빚과 한숨만 늘고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이달 3일 밤 원·달러 환율이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446.5원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자재·중간재 수입가 상승 등으로 수출 경쟁력 악화에 직면했다. 또 자녀를 미국 등 해외에 유학 보낸 학부모도 고환율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의 높은 환율이 새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전환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원화 대비 달러 선호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 131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불과 3개월 새 100원이나 급등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1만 달러(약 1410만원)를 기준으로 3개월 새 100만원이나 환차손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환율 변동에 취약한 주요 수출기업들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고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며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연초에 세운 올해 사업계획에선 원·달러 환율을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예상, 140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국내 제조업 원가는 3.68% 상승한다. 이 때문에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체 등도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고환율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로 해외로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등 학부모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학 관련 카페에선 환율 관련 상담과 고민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새해 해외 유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고환율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환전 수수료가 낮은 해외 송금 상품 등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상당기간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낙원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환율은 지난 3~4일 밤새 역외NDF가 장중 1442원까지 갔지만 당국의 RP매입 등 외화유동성 공급 조치 발표 등으로 장중 1410원대 중반에서 막히는 모습이다”며 “계엄령의 단기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1400원 안착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야당이 탄핵소추안 내고 표결하고 여당은 반대하면서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식 시세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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