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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관람한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을 예로 들었다. 그는 “두다멜의 치열한 지휘에 감동한 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광등 유리에 갇힌 파리를 우연히 보고 눈물이 났다”며 “나는 온갖 사치를 누리고 있는데, 파리는 유리에 갇혀 살고 있다는 생각에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준다. 그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나면 그것을 다른 사람, 동물, 더 나아가 사물과도 같이 나누고 싶게 된다”며 “진정한 예술은 사랑과 인간애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떠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고, 2016년 단편소설 ‘보디랭귀지’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첫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한국계 최초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날 간담회는 김 작가의 신작 소설 ‘밤새들의 도시’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밤새들의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 세 도시를 무대로 세계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를 꿈꾸는 주인공의 얘기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러시아 문학과 음악에 매료됐던 김 작가의 경험이 새 소설의 영감이 됐다. 김 작가는 “아홉 살 때부터 발레와 첼로를 배웠다. 발레와 클래식 음악은 나에게 늘 안식처이자 열망이었다”며 “소설에서 중요한 건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메시지와 감동을 전할 지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소설이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건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소설과 닮은 클래식 음악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언급했다. “고귀하고 고결하면서도 타락한 사랑”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창한 한국어로 답변을 이어갔다.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한국 작가다”라고 답했다.
“김지하, 박노해 시인처럼 사회 운동에 나섰던 1970~80년대 한국의 지성인들은 내가 본보기로 삼고 싶었던 인물입니다. 반면 미국 작가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건 피에 새겨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국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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