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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발표 뒤엔 늦다…韓, 정책라인 사전 소통창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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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21 17: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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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정 KEI 펠로 “정책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 돼”
美·中 경쟁·안보 우선 통상 장기화…단기 대응 한계
현지 투자·고용 근거로 설비·중간재 관세 조정 요구
韓 정부·기업 업종별 협회 등 활용, 조기 협의 필요
행정부·의회 상시 소통…AI 국제규칙 논의에도 참여해야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한국 기업도 미국의 정책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의 관세정책 발표를 기다렸다가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을 만드는 초기부터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중 경쟁과 안보 중심의 통상정책이 장기화하는 만큼 미국 현지 투자와 고용을 근거로 관세 조정을 요구하고, 행정부·의회와 상시 소통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제현정(사진) 한미경제연구소(KEI) 시니어 특별연구원(펠로)은 최근 뉴욕총영사관과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등이 미국 뉴저지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지 살펴보고 한국 기업도 정책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연구원은 “미·중 패권 경쟁과 안보 우선주의, 지정학적 위험을 특정 정권에서만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정권이나 선거 결과에 따라 사라질 변수가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할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단기적인 처방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단순한 비용 효율성 중심의 전통적 공급망 모델에서 탈피해 미국 현지 투자를 교두보 삼아 미 행정부와 의회 등과 제도적 소통 채널을 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대응 시점을 앞당기는 데 있다. 관세율과 적용 대상을 확정한 뒤 예외를 요청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조사와 제도 검토 단계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계획과 부품 조달 구조를 설명하고, 관세가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종별 협회, 대미 투자기업이 현장 정보를 모으고 미국의 정책 논의 과정에 꾸준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에는 품목별 관세 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회에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를 알리는 식이다. 일회성 면담에 그치지 않고 투자 진행 상황과 정책 영향을 계속 공유해야 요구를 제때 전달할 수 있다. 제 연구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대응 수단은 현지 투자를 활용한 ‘관세 조정 요구’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이 들여오는 기계·설비 등 자본재와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 중간재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공장 건설비와 생산비가 함께 늘어난다.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

그는 “미국 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이 들여오는 자본재와 중간재에 대해서는 관세 부담을 낮춰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어려움만 호소하기보다 관세를 낮춰야 미국 내 투자와 생산, 고용 확대도 원활해진다는 논리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협의 여지도 생기고 있다는 게 제 연구원의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애초 관세 예외를 거의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예외와 조정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공급망과 투자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변화에 맞춰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을 수 있다.

출발점은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의 근거와 범위를 확인하는 일이다. 제 연구원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무역법 301조가 앞으로도 주요 통상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의 분석으로는 한국의 대미 수출액 가운데 약 50%가 자동차·철강 등 232조 관세의 영향을 받고, 약 20%는 301조 관세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제 연구원은 “품목 수보다 실제 교역액을 봐야 한다”며 “기업들은 자신이 수출하는 품목이 232조인지 301조인지, 면제 대상인지 품목별로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이런 대응전략에서 고려할 변수 중 하나다. 제 연구원은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해 행정부 견제를 강화하더라도 기존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에 근거한 관세조치까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미국 제조업 육성과 중국 견제라는 큰 방향도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관세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책 참여의 범위도 현재의 관세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제 연구원은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국제규칙을 만드는 논의에도 초기부터 참여해 한국 기업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가오는 AI 등 첨단 신기술 분야의 글로벌 룰 세팅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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