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서신 후폭풍…與 "최악의 정치재개" vs 野 "천금 같은 말씀"(종합)

조용석 기자I 2020.03.05 17:11:27

민주·정의당, 朴 맹비난…정의당, 朴 검찰 고발
반색한 미래통합당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
공천 지분 놓고 기싸움 시작한 통합당-태극기
자유공화당 “연대 논의 시작”…黃 “통합공천 없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신 뒤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공개된 후 여야의 반응은 명확히 갈렸다. 범여권은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검찰 고발까지 한 데 반해 야권은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거듭 반색을 표했다.

◇ 정의당, 朴 검찰 고발…“공직선거법 위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에 대해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며 “국정농단을 반성하긴커녕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서는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힐난했다. 또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들 기대를 외면하고 결국 과거 회기를 선택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준엄하게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재차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검찰 고발했다.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3호 그리고 같은 법 제18조에 따라 선거권과 선거운동을 할 자격이 없음에도 어기고 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에서 “(옥중편지는) 탄핵 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하게 선동한 또 하나의 국기문란 행위이자 촛불시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통합당 등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의 ‘보수화합’ 메시에 대해 ‘천금 같은 말씀’, ‘선물’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거듭 반겼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민주세력의 필승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이라며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과 같은 말씀이라 생각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또 통합당은 ‘선거개입’이라는 여권의 비판도 반박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최고위는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자신들은 비난이라 하겠지만 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보수결집과 문(文)정권심판이 두려운 절규의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 옥중서신에 대한 비판, 차라리 두려우면 두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비꼬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공화당 “연대 논의 시작”…黃 “통합공천 없다”

하지만 ‘분열하지 말고 뭉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달리 보수야권은 벌써 기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자유공화당 등 이른바 태극기 세력은 통합을 위한 공천 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통합당이 일찌감치 선긋기를 했기 때문이다. 김영 자유공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자유공화당은 연대, 연합, 통합 등 어떤 형태의 논의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황 대표는 물꼬만 트지 말고 행동을 보이시라.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자유공화당은 전날에도 통합당 공천 중단을 요구하며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황 대표는 이에 뚜렷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금 자유우파가 추진하는 대통합은 지분요구는 하지 않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또 태극기 세력과 통합 공천을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천에 ‘통합 공천’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태극기 세력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 하는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통합당이 태극기 세력의 지분을 챙겨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치라’고 메시지를 낸 이상 태극기 세력 표심도 자연스럽게 통합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당 소속 한 의원은 “태극기세력과 아주 약한 수준의 선거연대는 가능하겠지만 공천에서 지분을 보장해주긴 어려울 것”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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