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강화 좋은데 내년 3월은?"…유치원 학부모들 발등의 불

김소연 기자I 2018.10.25 15:29:42

“당장 믿고 보낼 곳 없는데, 참고 보내란 거냐” 불만
국공립유치원 확대·에듀파인 도입은 환영
어린이집 대책은 빠져…부처 칸막이 여전
전문가 “유보통합 근본대책 마련 필요”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당정협의회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국공립 유치원을 확충하고 국가회계시스템 적용을 강제해 투명성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학부모들은 대책 자체는 환영하지만 정부가 당장 믿고 보낼 유치원이 없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17개 시도교육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식 공개했다. 비리 사립유치원으로 확인된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부모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해결할 방법이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경기 동탄의 한 유치원에 5살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는 “부모와 원장이 이미 신뢰가 깨졌는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한다고 대책을 냈다. 그럼 당장 내년 3월 유치원은 어딜 보내야 하나”며 “그냥 참고 보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갈등이 커진 지역에 적합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처음학교로’(온라인 유치원입학지원시스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사립유치원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야 한다. 아니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교육당국이 당장 문제가 된 유치원에 대한 중재 역할을 할 대안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환영’…예산부터 편성해야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확대 목표를 2022년에서 2021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환영하면서도 다만 대책 발표보다 실제 이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국정과제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약속했다”며 “40% 기준은 사실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굉장히 낮은 비율이지만 현재 민간 보육시설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치”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문제는 정부 대책 발표가 아니라 예산”이라며 “예산안을 보고 과연 내년에 국공립유치원 1000학급을 신설할 수 있을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 역시 “결국 정책을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공립 유치원이 차질없이 확대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교육청 협조가 필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유보통합 논의도 포함돼야”

이번 대책에서 어린이집 관련 대책은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 사례가 나오면서 민간 어린이집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어린이집은 유치원생보다 연령이 어린 아이들이 다니고,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3만7000개를 넘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 안에는 유아기 교육과 보육을 총괄하는 장기적 대책은 없었다.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이다. 이번 대책마련 때 보건복지부도 참여해 큰 틀에서 유아기의 교육과 보육 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지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임기응변식이 아닌 장기적인 대안이 나올 때가 됐다”며 “이미 교육과 보육 공공성 확대는 오래전부터 이미 나온 대책이고, 이를 지키지 않아 결국 이런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치원 대책은 따로내고, 어린이집 대책을 따로 내면 결국 제자리 걸음”이라며 “유보통합 논의도 큰 틀에서 장기 플랜으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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