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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헌재 정문 위치의 집회 장소를 사수하기 위해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이틀 전부터 밤샘 중이라는 한 남성은 “좌파들에게 이곳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며 “탄핵 각하!”라고 외쳤다. 실제로 천막 앞을 비롯해 헌재 정문부터 민원실 입구까지 50m가량의 길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 단체인 국민변호인단의 릴레이 기자회견도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 앞으로는 유튜버, 태극기, ‘탄핵 각하’ 손팻말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화를 하거나 농성에 필요한 은박 이불과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탄핵 반대 측이 헌재 앞을 점거했다면 탄핵 찬성 측은 광화문 앞을 차지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월대 앞부터 서십자각터 부근까지 인도를 따라 약 200m 거리도 천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탄핵 찬성 측의 천막인데, 이들 천막 위로는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등 정당의 현수막부터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찬성 측도 단식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막이나 텐트 안에서는 두꺼운 겉옷을 입고 담요를 두른 채 앉아 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텐트 앞에서 만난 대학생은 “지난주 금요일에 선고가 날 줄 알고 1차 단식단이 왔다가 예상보다 길어져 부산에서 월요일에 2차 단식단으로 오게 됐다”며 “윤석열 퇴진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생각해 농성 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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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선고 당일 헌재 주변 100m를 차벽 등으로 막아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숙 알박기가 계속된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강제로 해산시킬 수밖에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선고 날짜가 공개된다면 그때까지 노숙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최대한 충돌이 안 생기도록 막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단 헌재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통행을 관리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선고 당일에는 전국 기동대의 62%를 서울에 배치하고, 서부지법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헌재 주변으로 차단선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헌재 경내에는 형사와 경찰 특공대도 배치한다. 양측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재 인근 안국역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완충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