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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때아닌 경기 논쟁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차질이 빚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일자리 충격파다. 고용은 이주열 총재가 최근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분야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이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고 밝히면서 경기 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광두 “경기침체 초입 단계”
16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 회복세’ 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주요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직속 기구다. 이 기구의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당연직 위원이다. 김 부의장이 정부의 경기 진단과 다른 목소리를 낸 건 매우 이례적으로 비쳐진다.
김 부의장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문을 링크하면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의 경기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99.8이라고 발표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는 건 경기 하강의 신호다.
경기가 침체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칫 경기 하강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탓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보다 경기를 더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의 반등세를 확신할 수 없다는 기류가 커질수록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늦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은, 매파 스탠스 쉽지 않다”
여기에 더 기름을 부은 게 고용 쇼크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이번달 취업자 수는 268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3개월 연속 10만명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있었던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고용은 이 총재가 연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사안이다. 그는 지난달 초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으며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고용이고 성장도 결국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고용 충격의 여파가 계속될 경우 한은도 매파(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를 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간밤 미국 금리가 급등했음에도 국내 중단기물 채권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채권시장 강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45분 현재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2틱 상승한 107.47에 거래되고 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상승하는 건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
한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시장에서 부상했던 ‘5월 소수의견-7월 금리인상’ 시나리오가 사그라들지 주목된다.
한은은 오는 24일 금통위 본회의를 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고용지표 둔화와 완만한 물가를 감안할 때 당장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며 이번달 만장일치 동결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