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10월13일 16시2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이 9년간 벌여온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의 결론이 내년 1월 나온다.
업계에서는 어느 쪽이 이기든 상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선고 결과에 따라 양사가 쥐게 될 협상 카드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내년 1월 14일이 사실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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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에서 5001억까지…9년 끌어온 소송 궤적
13일 법원 사건 기록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5-3부는 지난 8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의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기일은 2027년 1월 14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2023년 2월 1심 판결 이후 3년 11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올해 6월 18일과 9월 17일 변론기일을 잇따라 열며 속행했고, 10월 8일 기일에서 심리를 마무리했다. 9월 17일 기일은 메디톡스가 청구취지를 변경한 뒤 처음 열린 자리였다.
주목할 대목은 변론종결과 선고 사이의 간격이다. 통상 민사 항소심은 변론종결 후 3~4주 뒤 선고가 이뤄진다. 이번 사건은 3개월 넘게 잡혔다. 그만큼 재판부가 검토할 쟁점이 많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메디톡스가 손해배상 청구액을 10배로 늘리면서 손해액 산정이라는 심리 부담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 분쟁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상용화했다. 이후 2010년 휴젤이 보툴렉스, 2013년 대웅제약이 나보타 품목허가를 받으며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6년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대웅제약과 휴젤에 균주 출처를 밝히라며 공개토론을 제의했다. 2017년 1월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형사 고소했고, 같은 해 10월 민사소송을 냈다. 당시 손해배상 청구액은 11억원이었다.
소송은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전개됐다. 2019년 1월 메디톡스와 앨러간(현 애브비)은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고, 2020년 12월 ITC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021년 2월 메디톡스는 앨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3자 합의를 맺었다. 같은 해 6월 또 다른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와도 합의하면서 미국 분쟁은 일단락됐다.
국내 형사 절차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2022년 2월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직원 진술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민사 1심 판단은 달랐다. 2023년 2월 10일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메디톡스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제조공정 역시 불법 취득한 공정에 기초해 개발한 것이고, 독자 개발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과 개발 기록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주문은 네 갈래였다. 400억원 배상, 균주 인도, 해당 균주를 이용한 톡신 제제의 제조·판매 금지, 완제품·반제품 폐기다. 대웅제약은 즉시 항소하고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나보타가 지금까지 정상 판매돼 온 이유다.
형사 절차에도 반전이 있었다. 2023년 6월 서울고검은 메디톡스의 항고를 받아들여 대웅제약의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사건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항소심은 2024년 5월 변론준비기일, 같은 해 9월 첫 변론기일로 시작됐다. 양측이 신청한 비밀유지명령만 9건에 달할 만큼 보안 속에 진행됐다. 그리고 올해 8월 31일 메디톡스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며 청구액을 5001억원으로 키웠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당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으로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하여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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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까지 3개월…재판부가 들여다볼 세 가지 쟁점은
이번 선고에서 갈릴 쟁점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1심의 침해 판단 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균주 유래 관계와 제조공정 도용이라는 1심의 사실인정이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미 형사 소송에서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전문 로펌과 함께 법적 절차에 따라 단호하고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손해액 산정 수준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심은 침해 사실은 넓게 인정했지만, 침해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대웅제약이 개발기간을 3개월 단축한 것으로 좁게 봤다. 메디톡스는 항소심에서 추가로 확인한 2014년부터 2025년 7월 31일까지의 판매수량과 매출액, 부정경쟁방지법상 증액배상 규정을 반영해 청구액을 재산정했다. 법령상 고의적 영업비밀 침해에는 2019년 7월 9일 이후 손해에 최대 3배, 2024년 8월 21일 이후 손해에 최대 5배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적용 기준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인용액은 수천억원 단위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청구액 변경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확인된 판매수량과 매출액, 확대된 손해 산정 기간 및 관련 법령을 반영해 청구 범위를 현실화한 것"이라며 "균주와 제조공정은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축적한 메디톡스의 핵심 기술자산인 만큼, 회사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주장과 입증을 충실히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액은 법원에서 보는 실제 손해액과 관련이 없이 메디톡스에서 내세운 금액일 뿐"이라며 "판결은 법정에서 날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금지·폐기 명령의 범위가 최종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 효력이 선고와 동시에 끝나는 만큼 실질적 파장은 배상금보다 이쪽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나보타는 2023년 1470억원에서 지난해 2289억원으로 커졌고, 올 상반기에는 1537억원을 기록하며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했다. 지난 6월 말 누적 매출 1조원도 넘어섰다.
다만 대웅제약은 사업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청구금액 변경은 확정된 배상액이 아닌, 상대방의 일방적인 청구일 뿐이므로 당사의 재무 건전성이나 사업 현황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전혀 없다"며 "주요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사업은 이미 별도 합의를 통해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고, 글로벌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청구가 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법령상 적용 가능한 전체 배상 가능 금액 중 일부를 우선 청구한 것"이라며 “2025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대웅제약의 추가 매출 손해 등은 이번 산정에서 제외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청구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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