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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 골자가 공개됐다. 예산안 초안을 보면 국방비가 대폭 확대된 반면 환경·외교·보건 예산은 크게 삭감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방비는 5200억달러에서 5740억달러로 전년보다 10%나 증액됐다. 국방예산 자동삭감 제도(시퀘스터)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기존 국방비 상한보다 10%(540억달러)나 확대한다. AP통신은 미·소 냉전 시절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최대폭 증액이라고 전했다. 또 국토부와 참전용사 관련 예산이 각각 7%, 6% 늘어났다. 국토부의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국경 수비대 500명 및 이민세관 집행관 1000명 증원 등을 위한 예산이 포함됐다.
이들 세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예산이 삭감됐다. 예산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환경보호청(EPA)으로 전년 82억달러보다 31% 줄어든 57억달러가 책정됐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 가장 적은 금액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엔기금이 삭감됐고 EPA 전체 직위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3200개 직위를 없애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무부와 보건부 예산도 각각 28%, 17.9% 삭감됐다. 국무부는 개발도상국 원조를 위한 세계은행 기부금이 6억5000만달러 줄었고 보건부의 경우 간호사와 의료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비 3억3300만달러가 아예 빠졌다.
당초 예상대로 국방 지출이 대폭 확대된 반면 대외 원조, 빈곤층 지원 및 환경보호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번 예산안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주요 정책이 무엇인지, 또 미국 정책의 우선 순위가 기존과 달리 대폭 재정립됐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대담하지만 모호했던 대선 공약을 세부 정책으로 옮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현실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 보수당원들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의원을 비롯한 유력 보수 인사들과 120여명의 퇴역 군인들은 “미국 외교는 국가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국무부 예산 삭감에 반대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행정부는 예산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예산은 의회에서 만든다”면서 예산안 수정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