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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연애냐, 편지하게"‥이동걸의 작심 쓴소리(종합)

이승현 기자I 2020.06.17 18:11:17

서면논의 지적.."많은 것 조정 가능" 협상여지 열어놔
"쌍용차 생존가능성 고민…충분치 않다"
이동걸·박정원 회동 "신속하게 자구계획 이행"
대한항공에 1.2조 더해 8000억 추가 지원

[이데일리 이승현 장순원 기자] “60년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합니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의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을 산업은행에 서면으로 보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한 말이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진지한 논의를 하자. 언제든지 나를 (직접)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인수조건을 다시 논의하자면서도 한번도 산업은행에 직접 연락하지 않고 있는 HDC현산 행태에 대해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에서 주요이슈에 대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신뢰 갖고 협의하면 조정 가능”

앞서 HDC현산은 지난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채권단이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결정하라고 압박하자 문서를 보내 대응한 것이다.

HDC현산은 당시 구체적 재협상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핵심은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가격 인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HDC현산에서 공문을 받은 뒤 다시 자신들의 질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답변을 받으면 HDC현산의 입장을 정확히 알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며 HDC현산과의 계약은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어려운 것도 인정했다. “시장 상황과 환경이 바뀌어도 서로 협의하고 믿으면 많은 것을 조정할 수 있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보 조건의 양보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HDC현산과 최대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HDC현산의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성사는 이 회장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단기간 4조5000억원 증가한 것에 대해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금액이 다소 과대산정됐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의 동의 없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1조7000억원 차입을 승인한 것에 대해서도 “이 지원은 채권단 필수조치인데도 HDC현산 측이 부동의해 결국 동의 없이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선 “대비책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쌍용차, 죽으려면 살 것”

이 회장은 쌍용차 지원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다양한 자료와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생존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쌍용차가 많은 노력을 들였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또 “안타깝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이 인용한 말이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면 죽을 것이다)이다.

쌍용차는 정부에 2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고민이 많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위기를 겪는 정상기업을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3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쌍용차는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라는 게 산업은행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지속적인 지원 요청을 매정하게 뿌리치기엔 고민이 많다. 과거 옥쇄파업 사태와 해고자 복직 등을 겪은 쌍용차는 우리 사회에서 고용문제 상징으로 의미가 크다.

이 회장이 강조한 건 앞으로의 사업 가능성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돈만 필요한 게 아니며 사업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 회장이 “노력이 충분치 않다”거나 “안타깝다”고 한 것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만한 분명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또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일단 7월 만기 도래할 쌍용차의 산업은행 채무 900억원의 만기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부행장은 “다른 금융기관과 협의가 되면 추가자금 지원은 고민이 되지만 기존자금을 회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동걸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회동한 사실도 소개했다. 두산 측은 신속하게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산업은행이 두산그룹에 빠른 자산매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채권단이 매각을 강제할 수 없으며 또 실익도 없다”고 반박했다. 두산그룹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율적으로 자산매각을 진행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기존 1조2000억원 외에 기안기금을 통해 추가로 80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자구안으로 추진하는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에 대해선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도 전체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지장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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