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맛집·핫플도 코로나에 휘청…배달 있지만 인건비에 한숨

김무연 기자I 2020.12.08 18:36:10

무너지는 외식업②
올해 일반음식점 7만 곳 이상 문 닫아
거리두기 상향으로 오후 9시 이후 실내 영업 불가
주점·고기집 등 외식업자 타격 커…맛집도 속속 폐점
배달·포장 수요로 버티지만 인건비 문제가 발목

[이데일리 김무연 전재욱 기자]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던 김익수(가명·39세)씨는 얼마 전 3년 간 공들인 가게의 문을 닫았다. 지난 2018년 문을 열어 갖은 고생 끝에 자리를 잡아 단골도 늘었고 인터넷 블로그 등에 제법 맛집으로 소문도 났지만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긴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른 저녁 장사 제한이 결정적이었다. 일평균 절반 가까이 줄었던 매출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0’이 됐다. 아르바이트생을 2명 줄였고 건물주도 임대료를 30%가량 낮춰줬지만 버티기 어려웠다. 그는 “권리금이라도 챙겨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명동 치킨골목과 연신내 상권 골목이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무연 기자)
코로나19 한파로 외식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한 해 폐업한 음식점만 이날 기준 전국적으로 7만1991곳에 달한다. 동네 백반집은 물론 ‘맛집’이나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상권의 식당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 오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따라 음식점 실내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저녁에 손님을 맞이하는 고기집이나 주점의 타격이 컸다. 퇴근 후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이던 회사 회식자리는 물론 맛집을 찾아 유랑하던 젊은 세대들마저 모조리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시행되면서 연말 특수를 노리던 외식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을지로 맥주거리가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무연 기자)


◇ 코로나19에 맛집·핫 플레이스도 휘청


지난 7일 저녁 7시 30분께 찾아간 을지로 맥주 골목은 인기척 없이 조용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여러 방송에 소개되며 유명해져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다. 2시간 이상 줄 서서 들어가야 했던 감자탕집은 물론 분점을 여러 곳 낸 호프집도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그나마 오가는 사람도 을지로 인근에서 철공소 등을 운영하는 이들뿐이었다. 을지로 한 호프집 점주는 “2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손님 한 팀 받지 못하는 날도 허다하다”고 했다.

핵심 상권인 명동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퇴근한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명동의 치킨 골목도 텅 비어 있었다. 가게마다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호객 행위를 하거나 기다리는 손님들을 줄 세우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문을 닫은 가게는 없었지만 아르바이트생과 점주 모두 응대할 손님이 없으니 초점 잃은 눈으로 가게 안 TV만 봤다.

지난 7일 목동 핵심 상권인 로데오 거리에 문을 닫은 음식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은 문 닫은 가게 출입문에 우편물 도착 스티커가 붙은 모습. 사진 오른쪽은 영업을 중단한 소고기 무한리필 음식점.(사진=전재욱 기자)
목동 로데오거리 중심 상권에선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했다. 건물 2층에 위치한 무한리필 소고기집 문 앞에는 국세청, 주류업체 등에서 보낸 우편물 도착 스티커 여러 장이 부착돼 있었다. 방배동, 이태원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어 목동까지 진출한 한 일식집은 8일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한다고 푯말에 적었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유명 돈가스집 출입구 안내판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김무연 기자)
어려움을 겪는 건 점심 손님을 맞이하는 일반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마포구 상수동의 한 돈가스집은 지난 10월 문을 닫았다. 식사시간이면 1시간 대기는 기본이던 ‘핫 플레이스’였다. 현재 이곳에는 ‘그동안 아끼고 찾아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오늘로 이곳에서의 영업을 마칩니다. 새로운 곳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사장님의 폐업 인사가 출입구 안내판에 적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분식집 사장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왜 고스란히 자영업자가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폐업을 하고 싶어도 원상복구 비용조차 나오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자영업자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인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느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순대국집에 배달 서비스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 배달·포장으로 활로 찾아보지만…인건비 등도 숙제

서울 서북권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연신내 거리도 인적이 끊겨 한산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가게는 오후 9시가 넘어서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혹시 모를 배달·포장 손님을 대비해 자리를 지킨단 설명이었다. 실제로 한 실내 포장마차는 새벽 2시 30분까지 포장·배달이 가능하단 안내문을 매장 한 편에 써 붙였다. 한 횟집에선 회를 포장해 가게 앞에 진열해두고 팔았다.

연신내에서 주점을 하는 한 상인은 “집에서 술을 마시는 고객이 늘어나다 보니 늦은 시간에도 배달 주문을 하는 분들이 있어 쉽게 문을 닫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배달 매출이 크게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은 예년에 비하면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목동에서 24시간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점주도 거리두기가 상향되더라도 밤 10시까지는 순댓국을 배달하거나 포장해 갖고 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 역 인근 한 횟집에서 회를 가게 앞에서 진열해 팔고 있다.(사진=김무연 기자)
다만 인건비 때문에 섣불리 배달 서비스에 나서지 못하는 점주들도 상당했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배달 건을 처리하려면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한데, 효과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월 200만원 가까이를 들여 추가로 사람을 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김치찌개집 사장은 “손님이 줄어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정리하고 혼자서 가게를 꾸리고 있어 배달 서비스까지 병행하긴 무리다”라면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커 고민 끝에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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