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과 바이오뱅크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고, 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에는 수출입은행의 프로젝트금융(PF)과 상업금융을 모색한다. 여기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장기대출과 보증까지 연계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정상외교로 사업을 찾고 금융으로 실행 가능성을 높인 뒤 한국 기업의 참여로 이어지는 수주 통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부터 고속철·AI·바이오까지 양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총 13건의 조약·양해각서(MOU) 및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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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F/S 착수…사업의 ‘설계도’ 만든다
양국은 우선 우즈베키스탄의 고속철 8편성 도입과 국가 유전체·바이오뱅크인 ‘바이옴센터’ 설립을 대상으로 EDCF 타당성 조사(F/S)에 착수한다.
EDCF는 개발도상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제공하는 공적 차관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초기 재정부담을 덜면서 교통·보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사업 구조와 발주 방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향후 입찰 참여를 준비할 수 있다.
F/S는 단순한 사전 조사가 아니다. 사업 수요와 예상 비용, 시설 규모, 경제성, 환경·사회적 영향, 재원과 발주 방식 등을 따져 본사업의 밑그림을 만드는 절차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 여부와 범위, EDCF 차관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다. 구상에 머물던 사업을 실제 발주가 가능한 프로젝트로 구체화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형 고속철이 처음 수출된 국가다. 현대로템은 2024년 시속 250㎞급 고속철 42량·6편성과 유지·보수를 공급하는 약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차량 추가 공급뿐 아니라 정비와 운영 등 후속 시장까지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광물·AI엔 수은 PF…아이디어를 투자사업으로
더 큰 사업판은 수출입은행이 짠다. 수은과 우즈베키스탄 투자산업통상부는 핵심광물, AI·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제약·바이오, 식품·뷰티·콘텐츠 등 6대 국가전략산업에서 유망 사업을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이들 분야 가운데 수익성이 확인된 사업에는 EDCF 대신 수은의 PF와 상업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 PF는 통상 사업법인을 중심으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을 주된 상환 재원으로 삼는 금융 방식이다. 사업성을 입증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나 참여 기업이 막대한 사업비를 처음부터 모두 부담하지 않고도 광산·데이터센터·산업단지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수은이 대출이나 보증 등에 참여하면 금융 신뢰도가 높아져 국내외 민간은행과 투자자를 추가로 끌어들이기도 쉬워진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도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수주전에서 밀리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수은이 사업 정보를 조기에 확보하고 금융구조를 짜 협력 아이디어를 투자 가능한 프로젝트로 바꾸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양국은 제조업 AI 전환을 위한 기술·인력·인프라 협력을 추진하고 의료제품 규제를 조화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현지 진입 장벽도 낮추기로 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교육·관광·농업·기후 대응 분야의 제도적 기반도 보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즈베키스탄 국영 무역회사 우즈텍트레이드와 방산 협력 계약을 체결했지만 기종과 물량,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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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외교가 사업을 발굴하고 EDCF와 수출입은행이 금융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면, ADB는 향후 사업 규모를 키우고 위험을 나눠 맡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칸다 마사토 ADB 총재를 별도로 만난 것도 양자 협력을 다자개발금융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모색한 자리로 풀이된다.
한국은 1966년 AD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해 도로·항만과 산업시설 건설에 필요한 차관을 받았다. 이후 차입국에서 주요 출자·공여국으로 전환해 현재 지분 5.026%, 투표권 4.315%를 보유한 8대 주주로 올라섰다. 과거 ADB 금융으로 성장 기반을 닦았던 한국이 이제는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아시아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위치로 바뀐 것이다.
ADB가 기존에 추진해 온 기후변화 대응과 민간자본 유치에 더해 칸다 총재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원전·핵심광물·전력망 분야의 금융지원 논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ADB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원전의 안전한 활용을 지원할 기반을 마련했고,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광산 개발을 넘어 정·제련과 가공·제조업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광물 가공·전력망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과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ADB 금융의 강점은 중앙아시아 사업 특유의 위험을 낮추는 데 있다. 현지에는 자원과 개발 수요가 풍부하지만 사업비가 크고 환율과 정책 변경 위험도 높아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뛰어들기 어렵다. ADB가 타당성 조사와 장기대출·보증을 제공하면 사업 신뢰도가 높아지고 다른 금융회사와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도 쉬워진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AI 역량과 ADB의 개발 전문성을 결합하고 핵심광물과 에너지 인프라, 원전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도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며 “오늘 논의한 과제들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특히 중앙아시아 중에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우즈베키스탄은 우리 대한민국의 더없이 소중한 친구이자 핵심 파트너”라면서 “교통·인프라·보건의료·기후위기 대응부터 핵심광물·공급망 또 인공지능과 디지털 등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호혜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미래성장을 이끌 동력을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는 7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합작 형태로 진출해 있다”면서 “한국의 투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서울 방문이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