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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위자료 배상 책임 인정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사건에서 쿠팡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인정해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해당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자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소비자 50명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위원회는 올해 4월 6일 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지난 10일과 22일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어 개인정보 유출 관련 판례와 배상 범위 등을 검토했다.
위원회는 쿠팡 회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일반적인 개인정보뿐 아니라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내역 등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까지 유출된 점을 배상 책임 인정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해커가 2025년 4월부터 11월까지 상당 기간 개인정보를 유출했고, 일부 고객에게 직접 유출 사실과 관련한 이메일을 보내는 등 실제 악용 가능성이 드러난 점도 고려했다.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와 범행에 사용된 기기를 모두 회수해 추가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추가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개인정보 유출로 소비자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쿠팡이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냈다.
배상액은 신청인 1인당 10만원으로 정했다. 위원회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법원이 통상 10만원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한 점과 유출 정보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악용될 소지가 큰 점 등을 반영했다.
쿠팡이 올해 1월 이용자들에게 총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제공했지만, 조정 신청인들의 이용권 사용 현황을 제출하지 않은 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배상 방식은 신청인이 현금과 쿠팡캐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조정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 지급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청인 대표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조장안 거부땐 민사소송행
관건은 쿠팡의 조정안 수락 여부다. 쿠팡과 신청인은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본다. 양측이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반면 쿠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신청인들이 배상을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쿠팡이 이번 조정 결정을 수락할 경우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보상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위원회는 쿠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비신청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계획서 제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쿠팡으로서는 조정안 수락 이후 이어질 후속 배상 요구가 부담이다. 쿠팡 이용자 정보 유출 규모는 3756만여 계정인데, 이들 계정에 각각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총배상액은 약 3조 7560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번 조정결정은 신청인 50명에게만 직접 적용된다. 쿠팡이 조정안을 수락한다고 해서 전체 피해 계정에 곧바로 10만원씩 지급할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신청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여부와 범위는 쿠팡의 보상계획과 위원회의 후속 절차에 따라 별도로 정해진다.
쿠팡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본 뒤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집단분쟁조정에서도 위원회는 피해자에게 1인당 5만원의 통신요금 할인과 5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은 성립하지 않았고, 소비자원은 이후 신청인들을 대상으로 소송 지원 절차에 들어갔다.
쿠팡이 전원 보상 부담 등으로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피해 규모가 3300만 계정을 넘는 만큼 개별·집단 민사소송이 잇따르면 법적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쿠팡에서 회원과 비회원 정보 합계 3756만여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회원 3322만 2472명의 개인정보와 최소 433만 8368명의 비회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 정보에는 회원의 이름과 이메일, 배송지 이름·전화번호·주소·공동현관 비밀번호, 주문일·상품명·수량·가격 등이 포함됐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와 유출 통지, 개인정보 파기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