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사수" 6만 택시 '카풀반대' 집회..시민들 "승차거부나 안했으면"

김성훈 기자I 2018.10.18 15:50:11

18일 오후 광화문서 택시업계 6만명 집회
"30만 운수종사자 생존권 위협받아" 주장
18일 새벽4시부터 24시간 택시운행 중단
택시운행 중단에 시민들 못잡아 '발동동'
"공정 경쟁으로 서비스 개선해야" 지적도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신중섭 기자] 전국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카풀 서비스 시행을 반대하며 운행 중단에 나선 18일. 오후 1시를 전후해 택시업계 종사자 수 천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가 흐르자 광화문 광장을 넘어 정부 서울청사 부근까지 인파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광장에 모인 택시업계 관계자 6만명(주최 측 추산)은 “카풀 서비스로 30만 운수종사자와 가족 100만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존 택시산업을 붕괴시키는 불법 자가용 운송행위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시범 운영에 나선 카풀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가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행위 알선을 근절해 택시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공정한 경쟁 없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만 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택시업계 광화문 광장서 6만명 집결…‘생존권 위협하지 마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이날 오후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거대 자본 등에 업은 카풀업체들이 30만 택시기사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발언자로 나선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택시기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지 않고는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택시요금은 계속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리한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그저 생계 걱정 없이 살자는 것뿐인데 카풀 업체가 생존권을 위협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권수 개인택시연합회장은 “택시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기존 택시산업을 붕괴시키는 불법 자가용 운송행위 중지하고 일자리를 최우선하는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12년째 법인택시 기사로 근무 중인 김모(62)씨는 “처음 택시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 경기도 안 좋아졌고 택시요금이 오르지 않아 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 카카오가 카풀까지 도입하겠다는 건 택시기사들 보고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30년째 개인택시를 운행 중인 이모(69)씨도 “카카오가 맨 처음에 카카오택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콜택시 사업이 사실상 죽었다”며 “이제는 전국에 있는 26만 택시기사를 죽일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파업에 돌입한 18일 오전 10시경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운행 중단에 시민들 발동동…‘공정 경쟁해야’ 지적도

집회 시작 후 택시 운행이 줄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택시를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서울역과 용산역, 고속터미널 등은 한시간 째 승강장에 나타난 택시가 없어 승객 수십여명이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보였다.

용산역에서 만난 시민 채모(42)씨는 “택시가 안잡혀 한참을 기다리다가 한 기사분이 합승해주셔서 겨우 타고 왔다”며 “택시 운행중단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급한 마음에 왔는데 앞으로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택시 업계의 집회와 운행 중단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카풀앱 시행을 막는 것은 시대를 빗나간 처사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생 민모(22)씨는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카풀앱 시행으로 당장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말로밖에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밤 시간에 승객을 골라 태운다던가 불친절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카풀앱 도입으로 얼마나 손해를 입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택시업계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카카오의 교통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전자용 카풀앱인 ‘카카오T 카풀 크루’를 출시하고 카풀 운전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택시 업계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대리운전 업계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카풀 서비스로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이 택시업계를 죽이는 행위가 재벌의 골목상권 침범과 다를 게 없다”라며 카풀 서비스 도입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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