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찾아간 전국 강소상공인(强小商工人) ⑩이지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 은행원 출신 대표가 폐업 위기 노포 인수 50년 전통 무말랭이 레시피는 그대로 전국 20개 매장에 美·호주 등 수출까지
중동전쟁, 내수시장 위축 등 최근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숨은 소상공인 명인들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립니다. 수십 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이자 진정한 풀뿌리입니다.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 명인들의 삶과 경영 철학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는 새로운 영감을, 소상공인들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자 이데일리는 전국의 ‘강한 소상공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청주=이데일리 권아인 기자]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 자리 잡은 50여년 전통의 ‘육거리소문난만두’를 이끄는 이지은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때 폐업 위기에 놓였던 전통시장 만둣집이 그의 손길이 닿은 이후 지금은 전국 약 2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다.
육거리소문난만두의 역사는 196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업주가 시장 근처 노점에서 직접 빚은 만두를 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창업주의 자녀 부부가 가게를 이어받아 육거리 시장에 자리잡았다. 이후 만둣집은 약 35년간 같은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육거리소문난만두 직원이 매장에서 만두를 조리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기자)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시장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이 집의 만두소 레시피는 그대로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일반적인 만두와는 달리 당면과 두부 대신 무말랭이를 만두소에 사용한다. 고기가 비싸고 귀했던 1960년대에 만두소 양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무말랭이를 선택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무말랭이를 찌고 물기를 짠 뒤 갈아내면 마치 다진 돼지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이 대표는 “무말랭이에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어 오히려 조미료를 적게 사용해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며 “50년 동안 지켜온 이 만두소야말로 육거리소문난만두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지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가 충북 청주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기자)
이 대표는 본래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 은행에서 여신 감리와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은행원이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육아 문제로 남편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하며 육거리시장 근처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 바쁜 업무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던 이 대표는 시장 맛집이었던 육거리소문난만두의 단골 손님이 됐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기존 가게를 운영했던 사장님 부부가 고령과 경영난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단골 가게가 없어진다는 아쉬운 마음에 고민의 시간을 거쳐 2020년 8월 가게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첫 날 매출은 38만원이었다. 평일에는 하루종일 1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고민하던 이 대표가 찾은 돌파구는 바로 제품 다양화와 판매 방식의 변화였다. 기존 김치와 고기, 새우만두 중심의 메뉴에 갈비만두와 매운만두, 치즈만두 등 새로운 제품을 추가했다. 낡은 점포도 리모델링했다. 위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두 진열대에 덮개를 설치하고, 기존 찜기도 스팀 방식으로 교체했다. 기존엔 시장을 찾는 고령 고객이 주를 이뤘지만, 메뉴를 다양화하고 위생 환경 등을 개선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 대표는 “30대와 가족 단위 고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며 “새로운 변화가 오히려 전통을 이어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육거리소문난만두의 고기만두와 김치만두의 모습. (사진=권아인 기자)
이 대표는 2024년 법인 ‘올다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9월까지의 매출도 약 2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현재 전국 매장은 약 20곳으로 연내 3곳이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역 상권과의 상생도 놓치지 않고 있다. 본점에서 사용하는 파, 당근, 양파 등 신선식품은 육거리시장 상인들에게 구매하고 있다. 가맹점에서도 각 지역 상권을 통해 신선식품을 자율적으로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장과 전통이 있기에 육거리소문난만두도 존재할 수 있다”며 “내가 성장하면 그 자리에 다음 소상공인이 계속 태어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