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대화의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지 못해 완전체로 출범하지는 못했지만 국민연금개혁,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비준 등 국민생활과 노사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사노위는 이날 출범과 함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재 노·정 갈등의 핵심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문제를 두고 노·정간 갈등의 골이 깊어 노동계 이탈을 막기 위한 사회적 대화주체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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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두고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차는 뚜렷하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한 여야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합의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도 22일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용부는 연말까지는 탄력근로제와 관련한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회도 12월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300인 이상 사업장)와 관련한 처벌 유예기간이 연말까지여서다.
하지만 노동계는 주 52시간 근무상한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전부터 당·정이 경영계의 의견만 수용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질임금이 7% 가량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21일 총파업, 한국노총은 앞서 개최한 17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일방적으로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경우 대정부 입장을 투쟁방식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밝혀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향후 노·정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업종별로 집중근무가 필요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노동계의 주장처럼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임금감소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는 보완조치를 통해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ILO 협약비준·국민연금 제도개선에도 관심쏠려
경사노위 공익위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안도 논란이 예상된다. 해고자와 실업자 모두 노동조합활동이 가능토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공익위원의 안에 경영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기업별 노조에 한해 노조 임원이나 대의원 자격을 종업원인 조합원으로 한정한 점이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모두 무효로 하는 점 등의 내용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도 마찬가지다. 경사노위 내 연금개혁특위는 최대 내년 6월말까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의 제도개선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의 국회제출시한(11월말) 등을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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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본위원회뿐만 아니라 4개 의제별 위원회와 업종 및 특별위원회도 일단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의제별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산하위원회 등의 참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문제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0월에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와 마찬가지로 내부 강경파의 반발로 참여여부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경사노위 출범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새로운 사회적대화기구의 명칭을 정할 때도 민주노총은 ‘노동’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야한다고 주장했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이를 수용해 경사노위로 명칭을 결정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이날 권고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민주노총이 내년 정기대의원대회 전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각급 위원회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