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난감 제조사와 아동용품, 전문 소매 업체들이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에 울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 폭탄을 던진 뒤 심각한 공급망 마비를 겪으면서 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한 상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각 업체들은 크리스마스용 제품 주문을 중단한 가운데 일부 기업은 파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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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장난감 제조업체와 아동용품점, 전문 소매업체들은 대중국 관세가 공급망을 통해 연쇄적으로 부과됨에 따라 겨울 휴가철 주문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의 약 80%, 크리스마스 용품의 90%를 생산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일반적으로 4월이면 중국에서 장난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등의 생산이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한다. 제품을 만들어 포장하고, 미국으로 운송하는 데 약 4~5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대목에 맞춰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업체들의 주문량은 트럼프 관세 여파로 예년같이 않다. 미국 장난감 산업 단체인 장난감협회가 연간 매출 1억달러 미만인 4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제조사 60% 이상이 주문을 취소했고, 약 50%는 관세가 유지되면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렉 아헌 장난감협회 회장은 “지금 곧 생산을 시작하지 않으면 올 연말 장난감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주문중단, 가격 인상, 파산 검토 등이 이어지고 있다. 놀이세트 퍼즐이 포함된 아동도서 제조사 ‘스토리타임 토이즈’의 설립자 카라 다이어는 매출의 3분의 2가 크리스마스에 집중되지만, 관세 부담 때문에 대규모 주문을 보류 중이다. 스토리타임 토이즈는 최근 중국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전 3만달러어치 제품을 소량 주문했으며, 미국으로 배송 중인 제품이 도착하면 4만5000달러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다이어 설립자는 관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최소 2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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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장난감 매장 ‘웨스트 사이드 키즈’를 운영하는 제니퍼 버그만씨 역시 크리스마스에 판매할 장난감을 확보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난감을 손에 넣더라도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나 오를 것으로 보여 매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버그만씨는 NYT에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까지 사업을 못할 것 같아 파산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헌 장난감협회 회장은 지난주 워싱턴을 찾아 2년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중국 관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 정치권에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관세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일부 업계는 희망을 걸고 있지만, 관세 철회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업체에 일시적인 구제를 허용하더라도 기업들이 주문을 서두르면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배송 컨테이너 부족 때문에 운임이 10배나 올랐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의 대란과 유사하게 배송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