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엄마, 의대반 갈래요”…‘의대 열풍’에 사교육비 ‘역대급’

신하영 기자I 2025.03.13 17:01:23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29.2조…통계작성 이래 최고액
‘초등의대반’ 유행에 초등생 1인당 사교육비 9% 증가
의대 지역인재전형 영향…읍면지역 사교육비 15% ↑
읍면 초1 사교육 참여율 9.1%p 감소…‘늘봄학교’ 효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13일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국내 사교육비 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초등학생 ‘학원 뺑뺑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늘봄학교 효과는 적었던 반면 의대 증원 여파는 강력했다. 특히 ‘초등 의대반’ 성행으로 초등학교 사교육비 증가 폭이 컸으며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린 지방 유학으로 읍면지역 사교육비가 급증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200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 국내 초중고 학생 수는 521만명에서 작년 513만명으로 8만명(1.5%)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같은 기간 7.7%(2.1조원) 증가했다.

◇초등생 1인당 사교육비 9% 증가

사교육 총액이 늘어난 데에는 의대 증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등 의대반이 유행하면서 저연령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은 초등학교가 13조2000억원, 중학교 7조8000억원, 고등학교 8조1000원으로 초등학생 지출이 가장 컸다.

사교육 참여율도 관련 조사 이래 처음으로 80%에 도달했다. 지난해 78.5%에서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의 참여율이 87.7%로 중학교(78.0%), 고등학교(67.3%)보다 높았다. 사교육 참여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59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7.2% 올랐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50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9% 올라 증가 폭이 중학교(5.3%), 고교(4.4%)를 압도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은 지방까지 영향을 미쳤다. 읍면지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년도 28만9000원에서 올해 33만2000원으로 14.9%(4만3000원)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광역시(8.0%)와 서울(7.2%)을 모두 압도하는 증가 폭이다. 참여 학생 대상 1인당 사교육비 역시 읍면지역 증가율이 10%에 달해 광역시(6.5%)와 서울(5.5%)을 앞섰다.

읍면지역의 사교육비 상승은 의대 열풍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서 지역인재전형 선발도 늘렸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작년에 확정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의대 전체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이 중 71.2%(3284명)가 비수도권 의대 선발인원이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경우 3202명(정원 내) 중 59.7%(1913명)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일반전형보다 경쟁률·합격선이 낮기에 지방 유학 수요도 덩달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상위권 학생이 의대를 겨냥, 지방으로 유학 온 뒤 사교육 지출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읍면지역 사교육비 지출이 다른 지역 대비 늘어난 데에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갑작스러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경쟁압력이 증가하고 대입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초등의대반의 전국적 확산, N수생·직장인까지 의대 진학을 위한 대입에 유입된 것이 사교육비 급증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교과 중 영어 사교육비 지출액 최고

교과목별 사교육비는 참여 학생 기준 영어가 26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학 24만9000원, 국어 16만4000원 순이다. 영어의 경우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사교육비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는 경쟁자 점수와 관계없이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의 경우 수능 1등급 실력을 조기에 완성한 뒤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사교육이 줄지 않는 이유다.

다만 읍면지역 초등학교 1학년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9.1%포인트 감소한 75.2%로 집계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교육부가 작년부터 초1 대상 늘봄학교를 통해 ‘학원 뺑뺑이’를 줄인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작년 하반기부터 전체 초1 희망자 대상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2학년까지 수혜 대상이 늘어난다.

송근현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사교육비 조사는 1차 3~5월, 2차는 7~9월에 하는데 늘봄학교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정책효과가 조사 시점에서 발휘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