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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책위가 조건부 찬성을 결정한 이유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에 대해 주주총회 전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함으로써 주식 매수 예정가액으로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다. 두산로보틱스의 9일 종가는 5만7400원, 두산에너빌리티는 1만7380원으로 마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 대비 40.20% 올라야 해서 국민연금이 제시한 조건 충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 이상 올라야 조건 충족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찬성표는 두산에너빌리티 종가에 달린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분할 합병 관련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두산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방향이다. 상법상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두산로보틱스 주총에서는 지주사 두산이 68.2% 지분을 들고 있어 다른 주주들의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 주주인 두산과 특수 관계자 지분율이 30.67%에 그쳐 일반 주주의 찬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할합병안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 속에 일반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 방향에 이목이 쏠리던 상황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주식매수예정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다는 이야기는 시장이 이 M&A를 괜찮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라며 “국민연금이 시장 판단을 쫓아가겠다는 냉정한 입장을 낸 셈이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는 점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