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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과반 승리는 실패했지만 이 같은 대승은 향후 이재명 정부가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 든든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승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압도적 승리다”며 “이 대통령에겐 결심만 하면 국정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李, 3년 전 놓쳤던 서울 한강벨트 탈환
지역별로 보면 이 대통령은 전국 17개 시·도 중 11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호남에선 84.4%를 득표하며 압승을 거뒀고 이어 수도권(50.3%)과 충청(48.8%) 강원·제주(47.1%), 부산·울산·경남(40.2%), 대구·경북(24.4%) 순으로 득표율이 높았다. 특히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서울과 충청권을 탈환한 게 눈에 띈다.
서울에선 25개 구 중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곳에서 이 대통령이 승리했다. 부동산 민심 이반으로 국민의힘에 더 많은 표를 줬던 2022년 대선과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에선 중도층이 많은 이른바 ‘한강 벨트’에서 선전한 것을 성과로 삼고 있다. 한강 벨트에 속한 성동구에선 이 대통령과 김 후보 득표율이 각각 45.19%, 43.14%로 이 대통령이 박빙 승을 거뒀다.
이 대통령이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에서도 고가 아파트가 많은 과천시·성남시 분당구나 여주시·연천군·양평군·가평군 등 외곽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대승을 거뒀다. 인천에서도 도서 지역인 강화·옹진군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이 대통령이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구는 이 대통령에게 55.2% 득표율을 밀어줬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아쉬운 게 있다면 다시금 동진 정책의 한계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영남과 강원도는 김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이 대통령의 압승 전망에 막판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로 해석된다. 출구조사 결과 울산과 강원에선 이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개표에선 전망이 뒤집혀 민주당에 아쉬움을 더했다. 그나마 지난 총선이나 대선보다는 더 많은 표를 얻은 게 위안거리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31.3%를 얻으며 민주당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청년층 ‘젠더 균열’ 표출돼
세대별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은 19세 이상~50대에서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40대와 50대는 이 대통령에게 각각 72.7%, 69.8%라는 압도적 지지를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60대 이상에선 김 후보가 더 우세했다. 60대에선 이 대통령과 김 후보 득표율이 각각 48.0%, 48.9%로 비등할 것으로 조사됐고 70대 이상에선 김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64.0%에 달했다. 이 대통령의 70대 이상 예상 득표율은 34.0%였다.
흥미로운 건 청년층에선 남녀 표심이 명확히 갈렸다는 점이다.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는 58.1%가 이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 사이에선 예상 득표율이 24.0%에 그쳤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37.2%), 김문수 후보(36.9%)에 이은 3위다. 출구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20대 이하 남성 득표율은 70대에서보다도 낮을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에서도 여성은 57.3%가 이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남성은 37.9%만 이 후보를 뽑은 것으로 관측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청년층 내에 고착화하고 있는 젠더 균열이 확실히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를 20대 남성의 보수화로 보긴 어렵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모세대에 대한 반감에 더해 민주당이 페미니즘에 친화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