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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던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마포대교 아래 그늘은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넘쳐났다. 시민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텐트나 돗자리, 간이의자에 앉거나 누워 피서를 즐겼다.
마포대교 아래 그늘에서 서강대교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물빛광장에선 물놀이가 한창이었다.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은 손에 물총 하나씩을 들고 서로 장난을 치는가 하면 발목 정도 오는 얕은 수위의 물가에서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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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에 산다는 전모(68·여)씨는 “오랜만에 아들 집을 방문했는데 아들이 한강공원 나오면 시원하다고 해서 나와봤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아 활기차고 좋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아내·5살 딸과 함께 왔다는 이모(39)씨는 “확실히 올해가 유난히 더운 것 같다”며 “그래도 한강 변은 바람이 불어서 가만히 누워 있으니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7)씨는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데 에어컨이 없어 평일엔 밤마다 24시간 카페를 가거나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다”며 “오늘은 주말이라 한강공원에 나와 봤는데 해가 지고 나니 안 덥고 좋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난 뒤엔 거리공연도 이어졌다. 거리공연을 하는 이들은 준비해 온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보는 시민들과 대화하면서 공연을 진행했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뒤에도 한강공원은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각이 오후 9시 30분을 넘기자 시민들은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을 준비하기 위해 짐을 챙겨 들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았다는 이모(36·여)씨는 “날씨가 더울수록 힘든 건 서민들인 것 같다”며 “하루빨리 여름이 가고 날씨가 시원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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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20분 물빛광장 인근 쓰레기통 앞에서 연두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 2명은 주변 정리를 하다 말고 아예 쓰레기통을 엎고 다시 주워담기 시작했다.
이들은 “분리수거가 아예 안 되다 보니 구분 없이 한 번에 담아가서 다시 분리수거 처리를 해야 한다. 차라리 이렇게 엎어서 다시 담는 게 편하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여의도한강공원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를 따로 넣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음료수 페트병, 배달음식 전단, 각종 휴지 등이 구분 없이 섞여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한강공원의 음식물수거함과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확대하는 등 청결 관리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무용지물인 모양새였다.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주워담는 와중에도 근처 잔디밭에서 일어날 채비를 하던 한 일행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가 섞여 있는 흰색 비닐 봉투를 자리에 남겨두고 떠났다.
바로 옆에 노란색 음식물수거함이 있지만 치킨이나 컵라면 등 남은 음식물을 따로 버리지 않아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손으로 집어들 때마다 남은 음식물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환경미화원은 페트병에 남은 물을 인근 화단에 뿌리고 페트병만 쓰레기통에 옮겨 담기도 했다.
이들이 쓰레기를 옮기기 위해 타고 온 차량은 20분이 채 되지 않아 커다란 쓰레기봉투들로 가득 찼다.
환경미화원들은 “놀러 온 시민들이 남아 있는 음식물만 따로 버린 뒤 분리수거만 해줘도 일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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