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찾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낙동강 상류 하천변에서 바라본 제련소 외벽에는 이런 의지를 담은 ‘무방류 설지 제리디(ZLD)’라는 글이 적혀 있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 ‘굴뚝 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제련소 한복판에서 오히려 ‘폐수 무방류’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은 몹시 인상적이었다.
문구가 적힌 건물은 영풍이 2021년 세계 제련소 가운데 처음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Zero Liquid Discharge) 시설이다.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100% 재처리해 다시 공정용수로 사용하는 순환형 수처리 시스템이다.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은 이 시설은 이제 영풍 환경경영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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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ZLD 시설은 거대한 은빛 원통형 설비와 수십 개 배관 및 철제 구조물로 이뤄져 있었다. 외형만 보면 일반 공장 설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역할은 완전히 달랐다. ‘버리는 물’을 없애고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순환 시스템의 핵심 시설이다.
영풍은 이 설비 구축에만 총 460억원을 투입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핵심 설비인 증발농축기(Evaporator)와 결정화기(Crystallizer)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수 처리된 폐수를 100℃ 이상으로 가열해 수증기를 포집하고 이를 다시 깨끗한 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남은 불순물은 고형화해 별도 처리한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전량 재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하루 평균 2000~2500㎥ 규모의 공정 사용수를 처리해 다시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스템을 통해 절감한 하천수 취수량은 연간 약 88만㎥에 달한다.
낙동강 상류 수자원 보호와 수질오염 방지, 공정 내 자원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ZLD의 ‘두뇌’ 역할을 하는 DCS룸(Digital Control System Room) 분위기는 또 달랐다. 벽면 가득 설치된 모니터에는 유량과 온도, 압력, 증발 상태 등이 실시간 그래프로 표시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24시간 설비를 모니터링하며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었다.
현장 모니터 작업자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자동 제어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무방류 운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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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의 환경 투자는 ZLD에만 그치지 않는다. 석포제련소 곳곳에서는 ‘환경 안전 체계 전면 혁신’이라는 표현이 실감났다.
영풍은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을 수립한 이후 올해까지 약 5400억원(누적 기준)을 투입해 수질·대기·토양 분야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오존 분사시설과 산소공장 증설, 비산먼지 차단시설, 실시간 배출 모니터링(TMS)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제련소 외부에서는 대기질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는 전광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석포면사무소와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기질 정보를 상시 공개 중이다.
실제 수질과 대기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 국가수질측정망에서는 카드뮴·시안·납·비소·구리 등 주요 중금속 항목이 모두 ‘검출한계 미만’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기질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석포면사무소 측정소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미세먼지 수치는 전국 청정지역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제련소 주변 풍경이었다. 공장 바로 옆으로 낙동강 상류가 흐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산지는 초여름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최근 이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수달 서식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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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의 ZLD 시스템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사례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강원 영월군 관계자들은 텅스텐 산업단지 조성과 연계한 폐수 무방류 공공처리시설 도입 검토를 위해 석포제련소를 찾았다. 또 대구시 공무원들도 염색산단과 2차전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ZLD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1970년 국내 최초 현대식 아연 제련소로 출발한 석포제련소는 한때 산업화 상징으로 불렸다. 현재는 임직원과 협력업체 인력 등 약 1000명이 근무하는 경북 북부권 대표 산업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영풍은 이제 이곳을 ‘친환경 제련소’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ZLD 도입 5주년은 단순한 환경설비 운영이 아니라 국내 산업계 환경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친환경 제련 기술과 환경안전 투자를 지속 확대해 지속가능한 미래형 제련소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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