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20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가상자산 업계 및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전문가와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오는 22일 재경부·국세청 종합감사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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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참석자들은 2020년 과세제도 설계 당시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방식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만큼 명확한 과세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거래소 등 사업자가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할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킹 등 거래유형별 과세기준을 명확히 하고 손실 이월공제와 신고 편의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0년 말 과세제도가 도입된 이후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이 등장하고 거래구조가 복잡해진 데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따른 제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에 과세하고 있지만 한국은 2020년 제도 도입 이후 세 차례 시행을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합리적인 과세제도의 시행과 안착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 차관은 “가상자산은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거래와 서비스가 빠르게 등장하고 국경 간 거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과세제도 역시 과세 원칙과 함께 시장 변화와 거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존중돼야 하며 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 거래유형별 과세기준과 신고 편의 등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세 원칙론’만 내세웠던 정부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이는 최근 정치권과 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의 기본공제를 초과하는 소득에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산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과세 대상은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가 아닌 실제 과세 요건을 충족하는 소득이 발생한 투자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과세 유예와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김상훈·정성국 의원은 각각 과세 시행을 2~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식 투자자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과세 인프라와 준비가 미흡해 제도 시행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여당에서도 과세 유예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민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세 준비 부족과 해외 자금 유출 우려를 지적하며 유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과세 시행 시기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정과제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금융위원회의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데다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도 여전해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박민규 의원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을 사실상 2029년 1월로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12명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최초로 교환된 연도로부터 2년 뒤 과세를 시행하도록 해 과세자료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여당 내에서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전에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아직도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에 대한 법을 안 만들고 젊은이에게 (가상자산) 과세를 하는 것은 정말 죄송하게 된 것”이라며 과세에 앞서 정부가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 새로운 자산에 대한 과세기준 등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들이 다시 논의됐을 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권 차관이 의견 청취를 강조하면서 과세 시행과 유예 어느 쪽에도 무게를 싣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종전에 무작정 ‘내년 1월 시행하니 준비하라’고 언급해을 때와는 달라진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