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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회식 들킬까봐…부하 직원 음주운전 숨긴 경찰

김민정 기자I 2025.01.24 22:06:4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당직 근무 중 회식에 참석한 사실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회식 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부하 직원 사건을 숨기려 한 경찰 간부가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김태업 판사)은 직무유기와 직무유기 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경찰 간부 A(53)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또 A씨의 지시를 받고 동료 경찰관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곧바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 유기)로 함께 기소된 경찰관 B(46)씨에게는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9월 14일 오전 2시 34분께 인천 중구의 한 도로에서 부하 직원 C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자 교통조사팀 소속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음주측정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사고 전날 팀장인 A씨를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회식했고, 이후 따로 2차 술자리를 가진 뒤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사고 접수를 한 인천 중부서 교통사고 조사팀 B씨는 C씨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서에 와서 음주측정을 받을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C씨는 2시간이 지나서 경찰에 출석했고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B씨는 C씨에 대해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출근한 C씨는 경찰서에 소문이 퍼져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음주 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도 찾지 못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C씨에게 적용했다. C씨는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강등됐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 C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B씨 진술 등 여러 증거를 토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제식구 감싸기로 인한 경찰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20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했고, 여러 차례 표창을 받는 등 달리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경찰관 선배인 A씨의 처지를 돌봐 줘야 한다는 짧은 생각에 범죄를 저지른 것을 모두 인정하고, 15년 넘는 기간 경찰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한 것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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