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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수출입銀 믿고 외상 늘린 LX세미콘, ‘도박수’ 통했다

이건엄 기자I 2025.04.03 19:34:30

LX세미콘, 지난해 매출채권 4088억…전년比 119% 급증
재고자산 부담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외상거래 확대
운전자본부담 축소로 현금흐름 개선…회전율 관리는 필요
LGD·BOE 등 고객사도 단기 유동성 확보 측면서 이점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LX세미콘(108320)의 매출채권이 1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고자산을 매출채권으로 전환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매출채권 유동화(Factoring·팩토링)를 최소화한 덕분에 향후 매출채권 매각 한도에 여유가 생겨 이같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개선된 현금흐름을 유지하려면 급증한 매출채권의 회전율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출 줄었는데 매출채권은 증가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다르면 LX세미콘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채권은 4088억원으로 전년 말 2050억원 대비 118.9% 증가했다. 기초와 기말의 평균매출채권도 3269억원으로 같은 기간 1741억원 대비 87.7% 늘었다.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과 받을 어음 등 사실상 ‘외상 판매대금’을 뜻한다. 이 기간 LX세미콘의 매출은 1조9014억원에서 1조8656억원으로 1.9% 줄었다.

LX세미콘이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매출채권을 늘린 것은 재고자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LX세미콘의 경우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출채권만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외상거래를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상 매출채권은 매출이 증가하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LX세미콘은 외상거래로 재고자산을 빠르게 소진하며 현금 유입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LX세미콘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2114억원으로 전년 말 3359억원 대비 37.1% 줄었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3.3회에서 4.6회로 1.2회 늘었고, 재고자산회전일수는 109.2일에서 79.9일로 29.3일 단축됐다. 즉 2023년에는 재고자산을 회수하는데 109일이 걸렸던 것이 1년 새 한 달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덕분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689억원 순유입으로 전년 1024억원 대비 64.9% 늘었다. 통상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운전자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줄어들수록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LX세미콘은 최근 3년 새 재고자산이 크게 늘며 골머리를 앓아왔다. 디스플레이 업황악화로 고객사들이 부품 매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2년에는 한 때 사상 처음으로 재고자산 규모가 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생산을 줄이고 재고자산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LX세미콘과의 외상거래 확대로 얻는 이점이 상당하다.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에 맞춰 부품을 선제적으로 매입하면서도 외상거래를 통해 글로벌 무역 갈등 등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상거래가 늘어난 만큼 단기간의 현금유출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유동성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주요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034220)의 경우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건전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외상거래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자산 감축에 집중하고 있는 LX세미콘과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 회복을 앞두고 부품을 적극 매입하려는 고객사의 이해가 맞아 떨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LX세미콘의 주요 고객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패널제조업체다. 비율로 보면 LG디스플레이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BOE 등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LX세미콘의 매출채권 증가분 중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과감한 선택 배경엔 ‘팩토링’한 몫

시장에서는 LX세미콘이 이같은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입은행과 맺은 팩토링 계약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다. 팩토링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 후 할인된 대금을 받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외상값을 유동화한다는 점에서 어음 할인과 비슷하지만 팩토링의 경우 금융기관이 사후에 채권 판매 기업에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상환청구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LX세미콘도 매각한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수출입은행에 매출채권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즉 LX세미콘은 팩토링 한도 내에서는 외상거래가 증가하더라도 할인율에 따른 처분 비용만 부담하면 매출채권 미회수에 대한 부담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수출입은행에 매출채권 매각을 최소화하면서 한도를 아낄 수 있었던 만큼 매출채권을 확대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채권 처분 비용으로 176억원을 지출했다.

다만 매출채권이 증가한 만큼 회전율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재고자산 감소로 현금흐름이 개선됐으나 매출채권 규모가 유지될 경우 현금흐름이 다시금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X세미콘의 매출채권 회전율은 10.9회에서 5.7회로 감소했고,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33.4일에서 64일로 31일 길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의 매출규모를 고려하면 팩토링 할인율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적극 활용해 부담으로 작용했던 재고자산 규모를 적극 줄인 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매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매출채권이 늘어난 만큼 향후 회전율 관리는 필요해 보인다”며 “운전자본 부담을 줄이지 못한다면 이전처럼 현금흐름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LX세미콘 관계자는 “재고감축으로 여유 운전자금을 확보하고, 채권팩토링 규모를 축소해 비용이 절감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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