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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야 놀자②] 강아지랑 같이 기사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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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지 기자I 2018.04.17 19:18:05

기사 핑계로 제주 데리고 출근 '강행'
주변에서는 대부분 제주 귀여워해
친한 몇몇은 "너무한 거 아니냐"며 속내 털어놓기도
구성원들이 '반려견 동반 출근' 익숙해져야 업무효율 높아질듯

회사에 제주를 풀어놓고 기사를 썼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죠? ‘제주야 놀자‘는 말티즈 ‘제주’ 엄마인 기자가 반려견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체험기입니다. [편집자주]

한국 반려동물 가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가능한 회사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반려동물 관련 회사들만이 동반출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에어비앤비 등 정보기술(IT)업체에서도 동반출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도 개랑 같이 일하는데..이데일리는 왜 안돼?

옆 자리에 의자를 갖다놓고 제주를 앉혀놨다. 사진=차예지 기자
저는 구글에서 개와 함께 일하는 모습을 TV에서 본 후로 개와 함께 일하는 로망을 갖게 됐습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반려동물 동반출근을 허용하는 이유는 업무생산성 향상과 스트레스 감소효과 때문입니다. 미국 센트럴미시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과 직장에 함께 있으면 팀워크, 업무생산성, 업무의욕 등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이같은 사례와 연구결과를 보며 일반적으로 회사에 있을 때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반려견과 함께 일하면 직장이 좀 더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됐습니다.

“뭐? 개를 데려온다고?”

제주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집에서 개집과 담요를 가져와 제주만의 공간을 만들어줬다. 사진=차예지 기자
하지만 제가 개를 데려와 일한다고 하자 주변의 반응은 ‘경악’ 수준이었습니다. 저희 부장은 “개 데리고 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싸고 다닐거 아니냐”면서 난색을 표했습니다. 옆의 금융부장도 “뭐? 개를 데려온다고?”라며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같은 ‘애견인’인 국장의 허락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강아지와 회사에서 함께 일하기 위해 개집과 장난감, 배변 패드, 사료를 준비했습니다. 일반적인 강아지들은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차와 지하철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고민했으나 혼자서 데리고 가다가 멀미를 할까봐 지하철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제 책가방 안에 제주를 넣고 갔는데 출근길부터 주변의 반응이 심하게 신경이 쓰이더군요.

“생각보다 얌전하네”라고들 했지만 신경 곤두서

3월 어느날, 제주와 일단 출근은 했는데 동료, 선후배들의 눈치가 보였습니다. 다행히 ‘노골적으로’ 저에게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일단 놀랍지만 귀여워하는 분위기’로 느껴졌습니다. 제주를 이뻐하며 사진을 찍는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틈틈이 제주와 인형 놀이를 했다. 사진=차예지 기자
애견인인 국장께서는 “모든 면에서 좋아. 또 데리고 와. 개껌 줘야되는거 아니냐”며 제주를 특히 예뻐하셨습니다. 이날 내근한 한 선배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 사무실에 있으니 긍정적인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그 외에도 제주 이름을 부르며 예뻐하는 선후배들이 많았습니다. 제주도 꼬리를 흔들며 예쁘게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가까운 몇몇은 ‘솔직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제 대학 후배는 저희 개가 다가가자 “너무한 거 아니에요?”라며 까칠한 발언을 했습니다.

한 부국장께서는 “이런 일은 처음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한 대학 선배는 “개 원래 싫어하는데 개가 여기저기 왔다갔다 거리니까 신경이 쓰인다. 개 싫은데 위선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개 여자 흑인 괜히 공격했다가 미투로 찍힐까 무섭다”고 부정적인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외에 “회사가 개판이야”(농반진반)라는 말을 한 다섯 번쯤 들은 것 같네요.

주변인들이 ‘반려견 동반출근’ 익숙하게 느껴야 또 데려올 수 있을듯

처음 와보는 회사인데도 제주는 거침없이 회사 입구로 잘 들어갔다. 사진=차예지 기자
아무래도 제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인근 자리의 선배였습니다. 선배는 “신경이 쓰였다. 얌전해서 방해는 안되는데 신경은 쓰인다. 일도 안하고 개만 보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다만 이런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구성원의 인식이 바뀐다면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가능하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와 동반출근이 어려운 이유는 개를 가족과 같이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인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개에 관한 인식이 다양하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게 그 선배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까가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주변에서 개가 돌아다녀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면 좀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주는 생각보다 회사에 잘 적응을 했습니다. 다만 저랑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해서 화장실에도 데려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근처의 애견 동반 식당을 찾지못해 패스트푸드를 시켜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심심함을 참다가 놀아달라고 보채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자리 옆 바닥에 앉아서 인형을 던져주고 물어오는 놀이를 여러 번 했습니다. 배변은 아침 출근길과 점심시간 산책 때 모두 해결해 회사에는 ‘한 방울’도 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오후가 되자 얌전히 제 무릎 위에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전에는 제주도, 저도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오후에는 모두 안정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제주는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회사에 나와 여러 사람도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이번 한번만의 실험으로는 개와 동반출근하는 것이 업무효율에 더 좋다고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변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신경이 쓰여서 일에 대한 집중도가 깎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정경부 자리에는 개가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면 그때는 일에도 크게 방해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주와 함께 한 회사에서의 하루는 행복했습니다. 제가 구글 못지않은 선진적인 회사에 다니는듯한 기분이 들었던, 영화와 같은 멋진 하루였습니다. 제주와의 동반출근을 허락해주고 용인해주신 회사 구성원들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기도 했습니다.

우리 제주, 또 회사에 데리고 와도 될까요?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고 있다. 사진=차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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