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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주중 미국상공회의소(AmCham China·암참)가 지난해 10월21~11월15일 368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외 지역으로 제조·구매처 다각화를 고려한 응답자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냈다. 이는 직전 최고치였던 2022년 24%를 넘어선 수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기 시작했던 2017년 23%보다 7%포인트나 급증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미중 무역·기술 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전하리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실시한 조사인 만큼 올해는 탈중국을 고려하는 기업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해외 제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을 천명한 가운데 일부 기업은 동참 의사를 보였다.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전 생산기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응답자의 18%는 미국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16%에 비해 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응답자의 60% 이상은 미중 긴장이 향후 1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지목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국영기업이나 민간 기업과의 경쟁을 현지에서 직면한 두 번째로 큰 도전 과제로 손꼽았다.
미국 기업들은 미중 간 무역 갈등 외에도 중국 정부의 폐쇄성을 탈중국을 고려하는 이유로 들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여행을 제한하고 일부 지역을 봉쇄,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마이클 하트 미국상공회의소 중국지부장은 “지난 5년간 우리가 목격한 주요 영향 중 하나는 코로나19와 중국이 코로나로 인해 세계와 단절했던 방식”이라며 “이는 사람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점도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암참 차이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3년 연속 중국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답했고,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 마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밖에 중국을 더 이상 선호하는 투자처로 꼽지 않는 기업의 비율은 21%로,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