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USB' 증거능력 두고 신경전…"위법 수집" vs "심리 지연"

송승현 기자I 2019.03.26 18:08:56

林, 자필로 쓴 17장 자료로 ''USB 증거능력'' 부인
檢 "적법절차 따라 집행된 압수수색" 강력 반발
증인신문 예정 판사들, 본인재판 진행 이유로 불출석 의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 농단’ 관련 속행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평가받는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외부저장장치)를 두고 임 전 차장과 검찰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은 절차를 어긴 압수수색으로 얻은 증거라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심리지연 수단이라며 맞불을 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압수한 USB 속 파일의 증거능력을 두고 작심한 듯 2시간여 동안 열변을 토해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7월 21일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USB를 확보했다. 이 USB에는 임 전 차장의 퇴임 전후 시기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수천건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일 뒤인 같은 달 25일 임 전 차장의 사무실 등을 2차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은 “(USB 위법수집와 관련해) 연필로 17장을 써 준비를 했다”고 말문을 연 뒤 2시간을 검찰의 압수절차 위법성을 주장하는데 썼다.

임 전 차장은 “우리 헌법은 ‘영장주의’ 선언에 따라 위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상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며 “이 사건 압수수색 절차의 하자는 경미하지 않고 5가지 유형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이 검찰에게 지적한 유형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제시한 범위·방법을 위반한 경우 △압수물건에 포함되지 않는 증거물을 압수한 경우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와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한 경우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 정보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영장발부시 조건이 부가된 압수대상의 방법 제한을 어긴 위법한 경우 등이다.

특히 검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차장은 “1차 압수수색 당시 수색 장소는 주거지 캐비넷에 한정됐고 나는 그곳에 있는 USB를 검찰에 넘겼으니 이로 인해 압수수색은 종료됐다고 할 것”이라며 “이후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사무실 여직원의 파우치에서 또 다른 USB를 압수해 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수색 절차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됐고 USB를 통해 얻은 증거에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임 전 차장과 변호인 모두 당시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던 사안”이라며 “왜 피고인이 공판단계에서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는지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바로 실체 심리를 지연시키고 증거능력 문제를 장기간 부당하게 쟁점화해서 심리를 막아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한 위법절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분명히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며 “영장을 숙지한 것을 바탕으로 임 전 차장이 사무실에 검사 및 수사관과 동행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예정이었던 시진국·박상언 판사가 자신의 재판 준비를 이유로 검찰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사실이 알려졌다. 애초 시 판사는 오는 28일, 박 판사는 다음 달 4일 증인신문 예정이었다.

검찰은 “100명 이상의 (현직 법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할 이 재판에서 현직 법관들이 동시에 자기 재판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직 법관이어도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출석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불출석 사유의 적정성과 상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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