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전역에 지정된 토허제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부동산 업계 화색이 돌고 있다. 직접적으로 언급된 강남·송파구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GBC)를 비롯해 여의도와 목동 등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주요 개발사업지도 이번 토허제 폐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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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토허제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그간 토허제가 재산권 행사를 막은 만큼 규제를 풀고 싶었는데,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역기능이 우려되어 풀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현재 부동산 급등세가 하향 안정화 상태에 접어들고 향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수 있는 만큼 현재 특단의 시기에 토허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며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규제 해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유관부서는 서울 전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당장 다음 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이르면 상반기 내 대상지 등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토허제는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토지개발 효과를 노린 투기 등 부동산 가격이 널뛰는 과열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로 활용된다. 현재 서울시 면적의 10.8%에 해당하는 65.25㎢가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다.
하지만 토허제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났다. GBC의 경우 토허제에 묶인 이후 5년째 더디게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대 원주민들의 재산권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토허제로 인해 매물이 급감하는 이른바 ‘잠김’ 현상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일대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오작동’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토허제에 묶인 지역 인근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상승하는 ‘풍선효과’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오 시장의 이번 결정이 부동산 업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GBC를 비롯해 여의도나 목동 등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사업지는 추후 재지정을 검토하더라도 현재로선 토허제를 폐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비단 상급지 개발사업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강북권 또는 빌라촌 개발사업의 토허제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들 개발사업은 토허구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 등락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거래까지 막아버리면 오히려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이사를 막아 사업이 난항에 빠지는 경우도 적잖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모아타운 등 빌라촌 개발사업의 경우 ‘지분 쪼개기’ 등 투기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지분을 쪼개 들어오는 등 과잉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토허제 유지 등 부작용을 방지할 조치들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