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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개싸움 구경하세요"…김상경 연극 복귀작 '대학살의 신'

김현식 기자I 2024.12.10 18:07:48

2019년 이후 5년 만에 새 시즌 개막
김상경·이희준·신동미 등 주연 발탁
1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음주와 폭력이 난무하는 어른들의 개싸움.”

연극 ‘대학살의 신’ 출연 배우 정연은 10일 열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정연은 “신고를 당할 일은 없다”고 웃으며 “앉아서 편안하게 볼 수 있으니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대학살의 신’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2008년 선보인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블랙코미디물이다. 놀이터에서 벌어진 두 소년의 싸움이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다. 자식들의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난 두 부부가 되려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며 그야말로 ‘개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김상경과 이희준이 평화주의자인 척하지만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장인 미셸 역을 연기한다. 이번 작품으로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상경은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진다. 관객과 많은 소통을 하면서 연극의 3요소(희곡, 배우, 관객)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이희준은 ‘대학살의 신’ 열혈팬임을 강조했다. 그는 “원작을 기반으로 한 동명 영화를 10번 이상 봤다.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네 쌍의 부부가 싸우는 내용을 다룬 45분짜리 중편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은 20년 넘게 극단 ‘간다’ 작품만 출연했는데 ‘대학살의 신’이기에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연극임에도 출연을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고상한 척하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인 미셸의 아내 베로니끄 역은 정연과 신동미가 맡았다. 작품을 “음주와 폭력이 난무하는 어른들의 개싸움”이라고 소개한 정연은 “관객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어 하더라. 그 기운을 받아 더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미는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자유소극장 무대에 다시 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의 매력에 다시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까칠한 속물 변호사이자 아네뜨의 남편인 알랭 역은 민영기와 조영규가 연기한다. 언뜻 보기엔 우아한 듯 하지만 보면 볼수록 속내를 알 수 없는 알랭의 아내 아네뜨 역은 임강희가 원캐스트로 소화한다.

임강희는 “무대에 오르는 4명의 배우가 합이 딱 맞는 유기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조영규는 “대사를 주고받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공연”이라고 말을 보탰다.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 해외 유수의 공연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상을 거머쥔 바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 이후 2019년까지 네 차례 공연했다. 5년 공백을 깨고 지난 3일부터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공연은 내년 1월 5일까지 이어진다.

2017년과 2019년 공연에 이어 세 번째로 연출을 맡은 김태훈 연출은 “기존에는 무대를 아이들의 놀이터처럼 꾸몄는데 이번엔 투견장이나 격투장 같은 느낌이 나도록 구성했다. 어른들의 싸움을 한층 더 현실적이고 직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출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을 짓밟고 깔보며 최선을 다해 싸우는 4명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피가 난무하지 않더라도 늘 정신적으로 학살을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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