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WTO 근본 개혁해야”…제주 모인 APEC 21개국 공동선언(종합)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형욱 기자I 2025.05.16 15:44:50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도,
다자무역 필요성 재확인
미·중 등 주요국 극적 합의
미국발 관세전쟁 우려 속,
‘대미 협상 우선’ 분위기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제주에 모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통상장관이 16일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과 함께 자국 우선주의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극적 합의 끝에 다자 무역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지난 15일 제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개막식에서 참여국 통상장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 (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APEC 21개 회원국이 15~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 같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문에는 자유무역 체제의 근간인 WTO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현대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첫 번째로 담겼다. 응고지 WTO 사무총장도 WTO가 다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무역환경 조성을 위한 기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WTO는 1995년 출범 후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을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해 왔다. 회원국 간 무역 관련 분쟁 역시 WTO의 패널과 상소기구 판결을 통해 해소해 왔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함께 WTO의 국제 분쟁 해결 기능이 유명무실해졌고, 자유무역을 떠받쳐 온 WTO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과 디지털 경제 활성화, 회원국 간 연결성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증대 등 내용도 담겼다.

한국이 제안한 인공지능(AI) 통상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모든 참여 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관세·통관 행정에 AI 도입을 확대함으로써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회원국은 올 8월 인천에서 AI 통상 민·관 다이얼로그를 열고 이에 대한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해 더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역내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선언문에 담겼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중 양국을 포함한 주요 21개국이 다자무역 체제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이 제주에서 개최한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실무협상 초기엔 미·중 등 주요국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기에 공동 성명문이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동성명 합의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미국 관세 문제를 언급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민감 문구를 빼고, 각국의 ‘공통 언어’를 찾으려는 노력 끝에 공감대를 이뤄냈으며, 이 결과가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환경 속 긍정적 시그널을 보낼 수 있으리란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글로벌 통상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공동선언문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입장차이가 극단적으로 갈렸으나, 실무급과 간부급, 장관 간 논의 끝에 서로가 양보해서 막판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이번 성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열릴 외교통상각료회의와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5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왼쪽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다만,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진 구속력 없는 합의라는 점에서, 이번 공동선언문이 자국 우선주의 심화라는 흐름을 멈추게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 기간 많은 국가가 공식적인 다자무역 협력 논의 참여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의 개막 때도 각국 통상장관이 그리어 대표를 찾아가 인사하고 악수하는 ‘눈도장 찍기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정 본부장은 “(준비 과정에서) 각국 통상장관이 가장 궁금해한 사안은 그리어 대표의 참석 여부”라며 “그리어 대표가 참석한다고 하니 참석자가 차관에서 장관으로 바뀐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의장국인 한국 역시 이번 행사를 한·미간 ‘2+2 통상 협의’의 진전을 위한 고위급 협의로 활용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전날 저녁 그리어 대표와 한 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으며,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곧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전날 면담에서 협상 타결을 위해 필요한 절차,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될 한국의 상황 등을 설명했다”며 “오늘은 안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만나 어제 논의 내용을 토대로 한 단계 더 나아간 논의를 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