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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정산 지연으로 월급도 못 받아”
이날 방문한 홈플러스는 창립 28주년 할인행사 ‘홈플런’으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활기찬 겉모습과 달리 내부 매장 관계자들은 수심에 젖어 있었다. 앞으로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상당 기간 매출을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들은 자칫하면 이번 상황이 제2의 티메프 사태(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로 번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산 지연 소식은 이미 매장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의류 입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본사가 지난달 홈플러스에서 돈을 정산받지 못해 매니저 월급도 주지 못한 매장이 있다”며 “근처 음식점 역시 지난달 정산금을 못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탄탄한 곳은 당장 홈플러스 정산금이 없어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 매장에서는 남은 재고에 한해서만 제품을 팔았다. 본사가 납품을 중단했다는 것이 이유다. LG 매장에서는 “홈플러스와 여신 문제가 있어 매장 재고품 이외의 상품은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언제 다시 출하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매장에서도 “당분간 신규 제품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사들도 홈플러스 신규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축소하는 중이다. 동서(026960)식품과 삼양식품은 이날부터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고를 막았다. 오뚜기(007310)는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물량을 줄였다. 이들 업체는 홈플러스가 협력사 대금 지급 계획을 밝히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로서는 납품 재개 시기도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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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홈플러스 외식·패션·레저 등 제휴사 상당수는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다. 상품권 변제 지연 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선제 조치다. CJ푸드빌은 4일 뚜레쥬르·빕스·더플레이스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았고 CGV와 신라면세점도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다. 이튿날에는 에버랜드와 서울랜드, HDC 아이파크몰 등이 내부 검토 후 상품권 사용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특히 지난해 티메프 사태를 목격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크다. 가전 매장에서 만난 한 50대 주부는 “제휴처에선 쓰지 못하지만 매장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홈플러스 20만원 상품권을 사용하려고 매장에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가 망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나중에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금과 같이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출 정산 등 지급 지연 사태가 커지자 홈플러스도 수습에 나서고 있다. 지급 지연은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모든 채권에 대한 지급이 일시적으로 중지됐었다”며 “이날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고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변제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6일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며 3월에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총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하므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납품사와도 소통을 강화해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