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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안 팔아 더 벌었다"는 국민연금…국회 "얼마 벌었나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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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10.14 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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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매일 8000억 팔았다면 증시 충격…수익률 악화"
국회, 매도 유예 전후 수익률 비교자료 제출 요구
이만희 "이미 시뮬레이션 실시한 것으로 알아"
국민연금 "투자 패턴 노출 우려"…회의록 비공개도 도마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유예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재점화됐다. 국정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매도를 미룬 덕분에 더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비교자료 공개에는 신중한 태도다. 국회에서는 주식을 팔았을 때와 팔지 않았을 때의 수익률을 비교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막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을 고수하는 가운데, 야당은 정부의 증시 부양을 위해 국민 노후자금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초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유예하지 않았다면 기금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졌을 것이라는 질의에 "저희들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고 기존 규칙을 적용했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매도해야 했다"며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10% 이상을 시장에 내놓는 셈으로,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주가는 떨어졌을 것이고 국민연금도, 국민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실제 매도했을 경우와 비교한 수익률 자료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리밸런싱을 유예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라며 "유예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는 판단의 근거를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제가 알기로는 지난 8월 중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장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구체적인 수치가 외부로 알려질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가정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외부 투자자들이 이를 역으로 이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며 "결국 국민연금과 국민에게 손해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미 내려진 의사결정에 대한 분석인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료 제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리밸런싱 유예의 효과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이어지는 만큼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3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기금운용위원회의 국내주식 투자 확대와 리밸런싱 유예가 독립적인 투자 판단이 아니라 정권의 정책적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만희 의원실 자료 화면
이만희 의원실 자료 화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 결정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금운용위원회는 1월 국내주식 비중 상승에 따른 기계적인 매도를 막기 위해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후 5월에는 중기자산배분계획상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리밸런싱 규칙이 마련된 지난 2019년 약 713조원에서 지난해 말 143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진 만큼 같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남 의원은 "2021년에도 국내 증시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올라가면서 연기금의 순매도가 1분기에 15조원을 넘었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다"며 "당시에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2%에서 3%로 확대했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 역시 전문가 회의를 여러 차례 거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전문가 회의도 여덟 번 정도 진행했다"며 "결정의 목적과 근거, 검토 과정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이사장도 증시 부양 목적이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증시 부양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인데 당시 코스피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려 했다면 오히려 시장을 진정시키는 정책이 나왔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만능 리모컨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이 투자 판단에 반영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과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의결 결과는 이미 공개됐지만 세세한 운용 규칙이 알려지면 국민연금의 투자 패턴을 역이용하는 외부 투자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회의에서 약간의 이견은 있었지만 반대 없이 결정됐고 별도로 표결하지 않았다"며 "법에 따라 회의록 공개가 제한되다 보니 감추려 한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매도 시점과 규모, 거래비용, 환율 등 여러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 비교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만 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14.84%를 기록하고 기금이 219조원 늘었다"며 실제 운용 성과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시장 변동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것보다 사서 보유하는 '바이 앤 스테이(Buy and Stay)'가 장기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며 "잦은 매매는 거래비용만 높이고 장기 수익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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