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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투표율 55%…학생 몰려 기표함 꽉 차고 기표도장 마르기도
30일 성신여대 제 11대 총장선거는 총 투표율 55.5%로 각각 △교수 97.5% △직원 93.5% △동문 51.5% △학생 54.1%로 마감했다. 최종득표율은 기호 1번 양 교수가 53.2%였고, 기호 3번 전광백(61) 법과대 법학과교수가 46.8%로 양 교수가 최종 당선됐다.
성신여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첫 직선제 총장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 반영비율은 △교수 76% △직원 10% △재학생 9% △동문 5% 순이다. 총 유권자 수는 수정캠퍼스와 운정그린캠퍼스를 합쳐 1만 1130명으로 이중 학생 유권자 수는 1만 126명이었다. 총장 후보는 양 교수와 전 교수 두 명이다. 김한란(63) 인문과학대 독일어문·문화학과 교수는 지난 29일 사퇴했다.
앞서 성신여대에서는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심화진 전 총장이 징역 1년을 선고 받으면서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성신여대는 이사회를 통해 총장을 임명하던 방식에서 지난 4월 총장 직선제로 선출방식을 바꿨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200평이 넘는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체육관에는 투표를 기다리는 학생들로 절반 이상 채워졌다. 학생들은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좀 더 일찍 올 걸”하고 담소를 나누며 삼삼오오 줄을 섰다. 학교 직원들은 몰려든 학생 수에 당황하며 “간격을 좁혀 서 달라”고 당부했다. 성신여대 홍보대사는 투표소 출구에 서서 투표를 한 학생들에게 학교 마스코트 배지를 나눠줬다. 투표를 마친 학생들은 투표소 앞에서 빨간색 투표 도장을 찍은 손등을 들어 올리며 ‘인증샷’을 남기거나 투표 후 받은 배지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다른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투표소를 관리하는 이윤미 성신여대 총괄지원팀장은 “예상보다 학생들이 훨씬 많이 와서 직원 60명을 동원했는데도 학생들이 몰릴 땐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다”며 “기표소 앞에도 원래는 줄을 한 줄로 세웠는데 나중엔 6줄로 세웠다. 투표함도 다른 것보다 큰 걸로 놨는데 다 차 버려서 새 걸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엔 기표소의 도장이 말라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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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첫 총장 직선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함모(23)씨는 “전 총장의 비리를 경험한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학교를 바꾸고자 투표에 참여한 것 같다”며 “새 총장이 재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면 향후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총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며 “앞으로도 직선제가 지속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학생 투표 반영비율이 낮은 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학년 김모(20)씨는 “교수들은 사실상 총장을 견제할 수 없는 위치여서 학생들이 총장의 감시자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학생 투표 반영률 9%는 너무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공강임에도 학교를 찾은 학생들도 있었다. 김포에서 1시간 30분 걸려 학교로 왔다던 이모(21)씨는 “학생으로서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주변 학생들 관심도 높고 서로 투표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지난 10일 개교 72년 만에 최초로 총장 예비후보자 학생투표를 진행했지만 학부·대학원 재학생과 연구원 4846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학생 유권자가 약 3만 3000여 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율은 약 1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