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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머시 코어, 노르웨이난민위원회, 레퓨지스 인터내셔널 등 국제 구호·인권단체 111곳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전면적 기아가 확산되고 있다”며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과 모든 봉쇄 해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톤(t) 단위의 식량, 식수, 의약품 필수 구호물자가 가자 외곽에 쌓여 있지만, 이스라엘의 봉쇄로 전달이 막혀있다”며 “가자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이제 구호요원들조차 총에 맞을 위험을 감수하고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각국 정부가 △모든 행정·관료적 제한 해제 △가자 전역 육로 개방 △인도주의 접근 전면 보장 △군 주도의 배급 시스템 거부 △유엔 중심의 인도주의 시스템 복원을 이스라엘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무기·탄약 수출 중단 등 봉쇄 해제를 위한 외교적 압박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기아’(mass starvation) 상태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배고픔에 울다가 잠든다고 말한다”며 “식량 배급소가 이제는 폭력의 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아동의 10%가 영양실조 상태이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수만 명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22일 기준 24시간 내 기아 및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이며 전체 아사 사망자는 111명에 달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이후 영양실조로 숨진 어린이는 최소 80명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은 3월 이후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물자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구호 체계가 비효율적이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에 원조가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1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가자 내 활동을 금지하며 수십만명의 식량·의료·교육 지원이 끊기게 됐다.
이전에는 유엔과 민간단체들이 약 400곳의 배급소에서 식량을 나눴지만, 지금은 수십여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는 민간인을 상대로 꾸준히 식량을 제공하는 조직은 지난 5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가자 인도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GHF)이 유일하다.
문제는 식량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일 보도한 르포기사에 따르면, GHF 배급소 문이 열리는 순간 수천명의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인 민간 보안요원들이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군중 속의 혼란에는 방도가 없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들이 도보 인파를 앞지르며 식량을 확보하려 질주했다. 불과 15분 만에 식량이 모두 사라졌다.
WSJ는 이스라엘군에 의존한 GHF의 구조가 절박한 팔레스타인과 군 병력 간의 충돌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식량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에 군중 간 경쟁이 폭력사태로 야기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군중이 정해진 경로를 이탈하거나 지름길로 가려고할 때 경고사력은 물론, 직접 조준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공중 혹은 무릎을 조준하지만 실수가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극도의 기아 상황이 폭력으로 이어지며 혼란을 야기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유엔에 따르면 식량을 구하려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1000명 이상이다
GHF는 밀가루, 파스타, 설탕, 쌀, 식용유, 콩, 참치, 차, 과자, 감자 등이 포함된 식량 상자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육류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라파 출신의 21세 주민 자밀 알나할은 “운이 좋으면 밀가루와 렌틸콩, 식용유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며 “식량은 하루 이틀이면 다 쓴다. 나는 가족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