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1000개면 시장이 1000개가 아니라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많은 수의 블록체인이 생긴다고 해서 큰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토큰을 발행하는 기술보다 서로 다른 국가와 금융망에서 자산과 대금을 주고받게 하는 결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고, 이 문제가 풀려야 기관 자금도 들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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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손린 글로벌 세틀먼트 네트워크(GSN) 공동창립자 겸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이데일리 STO 써밋'에서 "토큰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진짜 어려운 일은 모든 시스템을 함께 작동시켜 기존 방식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린 대표는 현재 온체인에 올라온 토큰화 자산이 스테이블코인과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원자재 등을 합쳐 3500억달러에 이르지만 실제 거래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은 블록체인에 올렸지만 이를 사고팔 때 필요한 대금은 여전히 기존 은행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시장을 '교통체증에 갇힌 페라리’에 빗댔다. 블록체인은 자산을 빠르게 옮길 수 있지만 국가 간 은행 송금에는 통상 3~5영업일이 걸리고, 주말이나 중개은행이 끼면 일주일 이상 걸릴 수 있다.
결제가 늦어지면 기업은 같은 자금으로 다음 거래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대로 대금을 곧바로 받으면 자금 회전이 빨라져 같은 기간 더 많은 거래를 할 수 있다.
손린 대표는 "결제 인프라를 개선하면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매출을 늘리며 운영비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관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시장이 여러 갈래로 나뉜 점도 걸림돌이다. 누구나 이용하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은행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블록체인 망, 중앙은행과 정부가 만든 결제망,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각각 따로 움직인다. 이렇게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자산을 옮길 때는 주로 '브리지'라는 중개 장치를 쓴다.
브리지에서는 거래 당사자 외에 별도의 검증자가 자산 이동을 확인한다. 그러나 검증자의 신원은 알기 어렵고 거래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게가가 여러 자산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에 해킹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게 손린 대표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와 제재 여부, 고객·기업 신원확인(KYC·KYB)을 블록체인 밖에서 다시 확인해야 하는 점도 거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된다
손린 대표는 결제망이 금융기관의 신원을 거래 단계에서 확인하고,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은 채 여러 금융망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나 금융기관은 하나의 시스템만 선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