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털고 낙관적 전망’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재가동(종합)

김성곤 기자I 2019.03.04 17:33:43

4일 NSC전체회의 주재…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방안 논의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북미대화 도울 수 있는 방안 찾아야”
남북미 1.5트랙 협의·남북군사회담·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추진
文대통령 “북미 대화 궤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북미정상의 하노이 핵담판 실패 이후 이른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의 재가동을 강력 시사했다. 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합의 실패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단순 실패가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북미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간 교착상태의 장기화 방지를 위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잠재우고 북미대화의 싹을 틔워온 문 대통령이 다시 북미대화의 촉진자로서 나서겠다는 각오다.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둘러싼 북미간 ‘디테일의 악마’를 조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졌던 ‘회담 취소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관심은 문 대통령의 향후 행보다. 길게 보면 △대북특사 파견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 △워싱턴 방문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간 이견 조율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변 핵시설 폐기·제재완화 논의에 의미 부여…2차 북미회담 실패론 반박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해 외교안보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NSC 전체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엄중한 상황인식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강조한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로 볼 수 없다는 점과 역설적으로 우리의 중재노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 결과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간 영변 핵시설의 완전 폐기 논의와 관련,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했다. 또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 논의와 관련,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싱가포르 합의의 정신에 따라 포괄적이고 쌍무적인 논의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북한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에는 “양국간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文대통령 “북미정상 합의 불발에도 비난 없이 신뢰 표명” 강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낸 문 대통령은 향후 낙관적 전망을 강조했다. 주요 근거로는 북미정상이 합의 불발에도 비난없이 신뢰를 표명하면서 회담 재개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며 △북미간 입장차 해소 △북미실무 대화 재개 △남북협력 사업 추진 등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 의지에 정부는 외교·통일·국방 등 해당부처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후속대응에 돌입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2차 북미회담 후속조치로 스웨덴에서 이뤄진 남북미 회동을 경험으로 ‘1.5트랙’ 협의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3월 중 남북군사회담 개최와 9·19 군사합의 실질적 이행방안 마련을 다짐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방안과 관련해 대미협의 추진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 이후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면서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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