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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한 바 있다. 정부 예비비 2조 4000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5000억원 외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원)와 특수활동비(80억원)을 깎았다.
여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497억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82억5000만원) 등을 삭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었다.
이에 정부·여당은 야당과 예산안 협상을 벌이며 민주당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을 만나 “내년도 삭감분 4조 1000억원 중 1조 6000억원을 복원하고 야당이 요구했던 예산을 일부 반영해 제안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는 야당이 정부 기능을 흔들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민주당 마음에 안 들었던 기관들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서 ‘민주당의 이야기를 들어라’ 이런 식의 정부 부처 길들이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활비·예비비 용처가 투명하지 않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재부 입장을 요약하면 예결위에서 감액한 4조 1000억원 중 예비비 2조 1000억원을 복원해 달라는 것”이라며 “감액된 예산을 복원하려면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본회의 심사보고에서 “정부는 예산 감액으로 인해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액 규모는 4조1000억원, 전체 예산안의 0.6%에 불과하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일단 예산안 통과부터 처리하고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보충하겠다는 생각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부수법안 20건을 의결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5000만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매기는 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가 이견을 보인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