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재판소원제, 권한 논쟁 아닌 혼란 막을 기준 정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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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6.03.09 16:30:48

이번주 공포·시행…제도 완성도, 입법 속도전 못 따라가
대상 범위·심사 기준·기록 송부 절차 등 실무 규정 공백
평행선 달리는 대법·헌재…"국민 불편 없도록 준비해야"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1987년 개헌 이후 39년간 이어진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법왜곡죄(개정 형법)와 재판소원(개정 헌법재판소법)은 이번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깃발. (사진=뉴시스)
특히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리하는 재판소원은 국민 실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핵심 제도로 꼽힌다. 개정법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헌재는 직권 또는 청구인 신청에 따라 선고시까지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사실상의 ‘4심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대형 로펌들은 헌법재판관이나 헌법연구관 출신 전관 변호사를 중심으로 ‘재판소원 전담팀(TF)’, ‘헌법재판팀’ 등을 구성하며 고객 공략에 나섰다. 확정판결을 뒤집으로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새로운 법률 서비스 영역 선점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제도의 완성도가 입법 속도를 못 따라갔다는 점이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도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법원과 헌재 등 운영주체 간의 논의는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원론적인 찬반 공방 수준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재판소원 대상 범위나 심사 기준, 사건기록 송부 절차 등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대형 법개정 과정이었지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한 고려나 우려에 대한 보완책은 미비해서다.

제도를 운용할 양대 기관인 대법원과 헌재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헌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27일 재판관회의를 열고 사건 접수와 배당 등 후속 절차 구체화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대상으로 제도 안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대법원은 오는 12~13일 정례 법원장 간담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재판소원이 본연의 취지인 ‘기본권 구제의 최후 보루’로 기능하려면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막을 스크리닝 기준과 기관 간 사건 이송 절차에 대한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기관 간의 긴장 관계가 여전히 실질적인 업무 공조를 가로막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시행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청구가 빗발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볼 것을 우려한다. 조재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되는 만큼 초기 혼란은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법원과 헌재 모두에서 실무적인 규정들을 마련하려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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