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직할부대' 법원행정처…적폐 낙인에 69년만에 역사속으로

한광범 기자I 2018.09.20 16:49:40

법원 내서도 엘리트법관 출세코스…선망 보직 통해
과거 사법개혁 주도했지만…양승태 사법농단 진원지

대법원 직원들이 20일 오전 대법원 내 법원행정처 안내표지판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0일 밝힌 개혁안을 통해 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권한을 (가칭)사법행정회의로 이관하기로 했다. 행정처는 집행기관인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되고 상근법관들도 점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대법원에 두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명을 받아 대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해 왔다.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서며 설립 69년만에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법원행정처에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법원행정처를 대법원장의 직할 조직으로 규정한 것이다.

행정처가 관장하는 사법사무는 인사·예산·회계·시설·통계·송무·등기·가족관계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법령조사 및 사법제도연구로 적시돼 있다. 사실상 모든 사법행정 영역이 해당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장은 13명의 현직 대법관 중 한 명이 맡는다. 임명권한은 대법원장이 갖고 있다. 행정처장은 재판업무에서 제외돼 사법행정업무에 주력한다.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법원행정처장은 선망의 자리다. 법원의 최종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지만 행정처장이 사실상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자리여서다.

대법관의 재판 업무를 지원하는 재판연구관의 인사권 행사도 사실상 법원행정처장이 한다. 동료 대법관들도 행정처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원행정처장은 당연직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을 겸임한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이 아닌 판사가 맡는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장이 법원장급 인사를 임명했다. 행정처 차장은 행정처 모든 사무를 관장한다.

업무강도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세지만 대법관 1순위라는 점 때문에 희망자가 넘쳐난다. 그동안 행정처 차장을 역임한 상당수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행정처엔 기획조정, 인사, 사법정책 등을 관장하는 부서가 있다. 각 부서에는 실장(고법부장급)-총괄심의관(지법 부장급)-심의관(단독판사급)들이 속해 있다.

행정처는 법원 내에서도 뛰어난 능력이 인정된 판사들만 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행정처 근무 이후에도 인기 보직이나 승진에 유리해 판사들의 선호가 높았다.

행정처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개혁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법관 관료화를 촉발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공판중심주의와 전자소송 도입 등 이 전 대법원장의 치적으로 평가받는 업적을 일구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사법개혁 추진 속에서 비대해지고 강력해진 행정처 조직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활을 걸었던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온갖 위법·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청와대 등 여러 기관과 접촉하며 대관업무를 뛰어넘어 재판 관련 사항을 반대급부로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자행한 위법·탈법 행위로 인해 대법관 1순위로 꼽혔던 임종헌 전 차장을 비롯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에 근무한 판사들 다수가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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