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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3일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2.0%(속보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이후 경제 심리 냉각으로 소비와 건설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지난해 11월 전망치(2.2%)를 밑돌았으며, 지난 20일 발표한 경기상황평가에서 제시한 전망치인 2.0~2.1%의 하단에 간신히 걸쳤다.
지출 항목별로는 민간소비 증가 폭은 전년 1.8%에서 1.1%로 축소되고 건설투자는 1.5%에서 -2.7%로 감소 전환했다. 대신 설비투자는 1.1%에서 1.8%, 수출은 3.6%에서 6.9%로 증가 폭이 각각 확대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경제활동별로는 서비스업은 2.1%에서 1.6%로 증가 폭이 축소되고 건설업은 3.1%에서 -2.6%로 감소 전환했으나, 제조업은 1.7%에서 4.0%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분기별로 봤을 때 지난해 우리 경제는 1분기 ‘깜짝’ 성장 이후 옆으로 기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1분기에는 수출이 끌고 내수가 밀면서 전분기대비 1.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기저효과로 역성장을 보이더니 3분기와 4분기에는 0.1%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한은은 애초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교롭게도 2개 분기 연속 0.1%의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3분기에는 중국산 저가 반도체 공세에 따른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의 구조적인 수출 둔화가 원인으로 지목됐고, 4분기엔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안이 내수 회복과 부진한 건설투자에 악영향을 준 탓으로 성장률이 꺾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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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 증가에 그쳤고, 건설 투자는 3.2% 줄면서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준내구재와 서비스 등의 소비 확대에도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부진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고용 한파가 이어졌으며 예비적 저축 확대도 소비 부진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수주와 착공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12월에 신규 분양실적 등이 많이 안 좋게 나왔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1분기까지 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건설 경기 부진 심화는 올해 1분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 신정부 정책, 우리나라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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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은은 지난 20일 중간점검 성격의 경기 평가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날 한은의 GDP 발표 이후 삼성증권은 올해 성장률을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으며, 유진투자증권은 의미 있는 수준의 추경이 나오지 않는단 전제 하에 올해 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1%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작년 4분기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온전히 정치 불확실성 탓인지는 확실치 않다 지적도 나온다.
신 국장은 “작년 12월에 정치 불확실성 확대되면서 경제 심리가 많이 위축됐고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줬다”면서도 “정치 불확실성이 심리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4분기 전망치와 실적치 격차가 전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